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가 무기징역 선고 당시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실하기 짝이 없는 재판"이라며 고함을 지르고 소란을 피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따라 그가 상소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明報)는 23일 보 전 서기가 전날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에서 뇌물 수수와 공금 횡령, 직권 남용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과 정치권리 종신 박탈, 개인재산 전체 몰수 등을 선고받자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고 보도했다. 보 전 서기는 "재판이 공개되지 않았고 공평하지도 않았다"며 "나와 변호사가 제기한 관점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거칠게 항의했다. 보 서기가 항의하자 법원 경위들은 곧바로 수갑을 채워 그를 강제로 끌고 나갔다. 통상 선고가 끝난 뒤 재판장이 피고인을 향해 상소 여부를 묻는 절차도 이로 인해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 전 서기의 반응은 그가 지난달 22~26일 닷새 동안 열린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특히 무기징역이 선고돼 설사 차후 감형이 되더라도 현 지도부 임기(2022년) 동안에는 출소가 불가능해졌다는 점과 정치 권리까지 영원히 박탈당한 것은 수용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보 전 서기에게 징역 15~20년형이 선고됐다면 2020년 전후 가석방돼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현 지도부가 무기징역으로 이런 가능성을 원천 봉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관영매체들은 23일 재판 결과를 일제히 옹호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당 기율과 법 앞에 어떤 예외도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법치와 정의를 구현했을 뿐 아니라 법에 따라 부패를 처벌하겠다는 당과 국가의 굳은 결심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법제일보(法制日報)도 "보 전 서기 재판은 중국이 사회주의 법치국가라는 것뿐 아니라 법 앞에선 누구도 평등하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보 전 서기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은 부패 고위층에 대한 경종"이라며 "누구든 죄를 지으면 천벌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에서는 보 전 서기에 대한 비판론과 옹호론이 엇갈리며 중국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리좡(李庄)이란 네티즌은 "이번 재판은 뇌물 수수와 공금 횡령이란 보 전 서기 개인의 죄뿐 아니라 그가 창홍(唱紅ㆍ극단적 사회주의에 대한 찬양)을 외치며 끼쳤던 정치ㆍ사회ㆍ문화적 해악에 대한 단죄"라며 "문화대혁명의 교훈과 함께 이번 재판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 전 서기의 1심이 마무리되면서 그의 극좌적 창홍 정책을 지지했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에 대한 사법 처리 여부도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중화권 매체는 이날 저우 전 서기의 아들 저우빈(周斌)이 이미 베이징(北京)으로 압송됐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