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기소하도록 결정함에 따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재판은 피고인이 늘어나는 등 사안이 더 중대하고 복잡해지게 됐다.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과 병합을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하며, 3명의 피고인 중 누가 가장 높은 형량을 받을 지도 관심거리다.
우선 서울중앙지검은 법원의 결정문을 송달 받는 즉시 기소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형사소송법 262조는 재정신청 결정을 받은 해당 지청의 검사장은 즉시 수사 검사를 지목해야 하고, 추가 수사가 필요 없을 경우 지체 없이 기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전 차장 등은 이미 재판에 넘겨진 원 전 원장과 공동정범(두 명 이상이 같은 사건에서 공동으로 범행을 하는 것)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원 전 원장의 재판을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에 배당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 관계자는 "같은 사건에서 사실 관계를 다투는 경우 증거와 증인이 동일한 경우가 많다"며 "이미 (원 전 원장 재판에서) 어느 정도 증인심문이 진행돼 법원도 같은 내용으로 두 번이나 증인을 법정에 세우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건이 병합될 경우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고 시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이 전 차장 등의 혐의와 기존에 진행된 원 전 원장 혐의 사이에 중복되는 증거와 증인을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라는 한 가지 범죄를 두고 피고인이 3명으로 늘어나면서 형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재경지법의 한 형사 법관은 "이 전 차장 등이 기소된다고 해서 원 전 원장의 혐의가 N분의 1로 줄어든다고 예상하긴 어렵다"며 "오히려 윤곽이 명확하지 않았던 지시ㆍ보고 라인이 법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재판을 신중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차장은 지난 9일 원 전 원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종북좌파의 국정 폄훼에 대한 활동을 막을 의무가 있다"며 "북한의 대남심리전이 펼쳐지는 모든 분야에는 국정원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또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댓글 사건이 불거진 지난해 12월 11일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14일과 16일에도 김 전 청장과 세 차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에 부당한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민 전 단장도 법정에서 "사이버 활동에 대한 원 전 원장의 지시는 있었지만, 선거에 개입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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