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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9월 24일] 검찰총장 찍어내기 성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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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9월 24일] 검찰총장 찍어내기 성공인가

입력
2013.09.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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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씨는 지금 검찰총장인가 아닌가. 사표는 냈지만 청와대가 수리하지 않고 있으니 검찰총장이 아닌 건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가 최장 2주간의 연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고 있으니 지금 검찰은 총수가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검찰이야 원래 다른 곳보다 동료애나 의리가 희박한 조직이니 그의 곤욕이나 낭패, 또는 낙마를 은근히 기뻐하는 간부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임기가 있는 검찰총장이 한상대 전 총장에 이어 또 다시 중도 하차하는 상황은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서 이른바 '채동욱 혼외자식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하지만 실상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장관이 지시한 감찰을 위해 법무부 감찰관실은 추석연휴 중에도 내연녀로 지목된 사람의 친지들을 찾아가 묻고 자료를 수집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소득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감찰 자체에도 문제점이 많다. 법무부 규정상 공식 감찰을 시작하려면 감찰위원회를 열어 개시 여부를 자문해야 한다. 위원회가 이 의혹은 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판정할 경우 감찰을 할 수 없다. 감찰의 핵심은 친자 여부 확인인데, 감찰이든 채 총장의 정정보도 청구소송이든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내연녀로 지목된 여성이 유전자 검사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 큰 문제는 감찰 결과 '혼외 아들'이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이것이 채 총장을 징계할 수 있는 비위사실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니 혼외 아들 자체가 아니라 채 총장의 돈 씀씀이 등 주변의 문제점을 따로 찾아내 부각시키려 할지도 모른다. 그 동안 권력기관이 흔히 해온 '별건 수사'의 빛나는 전통이 있지 않은가.

궁금한 것은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법무부장관이 왜 서둘러 감찰을 지시했고, 왜 채 총장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만둔다는 말을 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 이후 사생활 침해 논란이 벌어지고 채 총장의 아들이라는 소년의 얼굴사진까지 유포된 것은 알려진 바와 같다.

더 궁금한 것은 누가 왜 이런 의혹을 특정 언론에 흘려 검찰총장을 찍어내려 한 것일까 하는 점이다. 의혹이 처음 보도된 9월 6일 이후 전개된 양상은 이것은 공작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채 총장 배후의 종북 좌익 검사니 호남세력이니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세력까지 들고 일어났으니 그를 몰아내려는 공작은 얼핏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부도덕한 사람이 어떻게 검찰 총수로 검사들을 지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과 반작용도 당연히 크다. 제 3, 5공화국 식의 반민주적 공작정치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취임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공안검사적 시각에서의 정국 운영이라는 오해를 충분히 살 만하다.

일각에서는 혼외 아들의 존재가 공직 수행의 걸림돌일 수 없다는 진보적인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등 외국의 경우처럼 우리도 이제는 '아랫도리의 일'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아도 될 정도는 되지 않았느냐는 의견이다. 물론 대세는 아니다.

이제 궁금한 것은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지, 누가 후임이 될지 하는 것들이다. 어차피 채 총장의 사표는 진상 규명과 관계없이 시일이 지나면 수리될 테고, 3개월 가량 걸리는 인선과정을 거쳐 후임자가 임명될 것이다. 일각의 짐작대로 영남 출신의 공안통이 검찰총장이 될는지 궁금하다.

그것이 공작의 마무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되든 못되든 공작의 전과는 길이 남는다. 전과(戰果)는 전과(前過)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계속 흔들릴 테고 눈치를 보게 될 것이다. 예전과 다름없이 코드인사를 한다면 검찰의 본령인 수사는 다시 코드수사로 일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처음으로 검찰이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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