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뉴라이트 운동에 깊숙이 간여해온 유영익(77) 한동대 석좌교수를 국사편찬위원장(차관급)으로 내정한 데 대해 '우편향'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사 편찬, 연구, 교육 및 교과서 검정 기관장으로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중립성 잣대를 내팽개쳤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 내정설이 돌 때부터 반대 여론이 많았고 최근 국편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가 수준 미달의 뉴라이트 교과서라는 비판이 거센데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불통인사'다.
유 위원장은 미 하버드대 인문대학원에서 동양사로 박사 학위를 받고 휴스턴대에서 교수로 있다가 귀국해 고려대, 한림대에서 한국근현대사를 가르쳤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이승만 연구에 몰두해 을 비롯해 이승만 관련 저서만 수 종을 내는 등 이승만 재평가에 앞장서 왔고, '교과서포럼''한국현대사학회' 등 우편향 역사관을 전파하는 단체의 고문을 지냈거나 맡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는 한국현대사학회 전ㆍ현 회장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대표 집필자다.
유 위원장의 이승만 재평가는 거의 '찬양' 수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에 실린 글에서 그는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은 하느님과 밤새도록 씨름한 끝에 드디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낸 야곱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위업'이라고 썼다.
광복회 등의 반대로 무산된 뉴라이트 계열의 건국절 제정 운동에도 앞장섰다. 그는 2008년 열린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광복절 대신 건국절 제정을 주장하며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승만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입법의원, 행정관료들이 이 나라의 '우매한 백성'을 유능하고 발전지향적인 '새로운 국민'으로 만들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국편위원장을 지낸 한 역사학자는 "(이승만을) 너무 깎아내리는 것도 자부심 손상이지만 너무 미화하는 것도 4ㆍ19 혁명의 순수한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국편 위원장은 균형 잡힌 역사관을 가진 분이 해야 국가적으로 손실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 위원장 내정으로 역사학계 3대 국가기관으로 불리는 국편,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의 수장은 뉴라이트 일색이 됐다. 이날 취임한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역시 뉴라이트운동에 간여해왔으며, 지난 정부 말기에 임명된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새 국편 위원장을 발표하며 "우리나라 역사를 올바르게 정립하는 역할을 담당할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적임"이라고 말했다. 역사학계는 이를 정권이 나서서 한바탕 '역사전쟁'이라도 치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역사연구회장인 하일식 연세대 교수는 "역사 관련 정책이 이명박 정부 때보다도 한참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공석중인 차관급 기상청장에 고윤화(59) 한림대 초빙교수를 내정하고 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에 최영기(61)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을 위촉했다. 고 신임 기상청장 내정자는 기술고시 15회 출신으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장과 대기보전국장을 지냈고 최 신임 상임위원은 한국노동연구원 원장과 노사정위 상무위원을 역임했다. 노사정위 상임위원은 임기 2년의 차관급 예우 대통령 위촉직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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