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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있는 동생 만날 날 손꼽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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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있는 동생 만날 날 손꼽았는데…

입력
2013.09.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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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어렵게 성사될 예정이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북한의 일방적인 연기 발표로 난관에 부딪혔다. 갑작스런 연기 소식에 상봉 예정자들은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 9,035명 가운데 44%인 5만 6,544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매년 3,800명이 이산의 한을 안은 채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남은 생존자의 80%도 70세 이상의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KBS 1 TV가 24일 밤 10시 방송하는 '시사기획 창'은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현실을 전하면서 상봉 재개의 가능성과 앞으로의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추석 당일이던 지난 19일 오후. 엿새 뒤면 딸을 만난다는 기대를 품고 잠들었던 김영준(91) 할아버지가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평양이 고향인 할아버지는 6·25 전쟁이 발발하자 북한군으로 참전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남한에 정착했다. 그렇게 가족과 헤어진 후 63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여섯 살이었던 딸 순영씨를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았던 할아버지는 오랜 기다림 끝에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결국 상봉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이산가족 상봉 연기는 김성윤(95) 할머니에겐 가슴을 내리치는 고통 그 자체다.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 가운데 최고령인 할머니는 북한에 살고 있는 두 여동생과 조카를 만날 예정이었다. 추운 곳에 살고 있는 동생들에게 줄 선물로 겨울 옷과 내복을 준비하려 했던 할머니. 언제 다시 성사될지 모르는 만남에 할머니는 버틸 여력을 잃어간다.

지난 2000년 이후 18차례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통해 남북에서 모두 3,800여 가족이 만났다. 남측 상봉 신청자 기준으로는 불과 1.7%만 북녘 가족을 상봉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연기로 남측 신청자들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한 번 더 입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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