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25)이 2013년을 부활의 해로 만들었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직구와 140㎞대의 예리한 슬라이더는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특유의 와일드 한 투구 폼 또한 여전했다. 여기에 상대 타자 타이밍을 뺏는 느린 커브는 김광현을 한 단계 더 진화시켰다. 지난 2년간 괴롭혔던 어깨 통증도 말끔히 털어냈다.
김광현은 올해 3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23일 현재 성적은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8패 평균자책점 4.47이다. 2010년과 2011년 100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올 시즌은 벌써 131이닝을 소화했다. 전성기 시절의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지만 재활을 마친 첫 해 예전 모습을 찾아가기 위한 순항을 하고 있다.
김광현은 "두 자릿수 승리보다 만족스러운 점은 아프지 않다는 것"이라며 "비룡 에이스라는 타이틀은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잘해야 팀 분위기도 산다"고 덧붙였다.
-힘든 재활을 마치고 3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는데.
"성적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두 자릿수 승리보다 만족스러운 점은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복귀해서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4일 휴식 후 등판도 필요하면 던질 수 있다."
-전성기 시절과 올해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지.
"예전에는 가운데만 보고 던졌는데 지금은 코스를 정하고 구석구석 던진다. 다양한 코스로 던지다 보니 볼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상대 팀 전력 분석에 따라 투심, 포크볼, 스플리터로 다르게 구분되는 변화구를 종종 던지는데 지금 어느 정도 익숙해졌나.
"아직 완벽한 공은 아니다. 좀 더 연구를 해야 한다. 손가락을 벌려서 던지기도 하고 체인지업을 던질 때는 감아 던지기도 한다. 바깥쪽에 승부할 수 있는 변화구가 필요하다. 내년에 제대로 던질 수 있도록 가다듬어야 한다. 지금은 팀이 중요하고 매 경기 이겨야 하기 때문에 많이 못 던진다. 지금까지 대부분 변화구는 몸 쪽으로 많이 붙는 것이었다. 몸 쪽은 삼진이나 헛스윙을 많이 유도하지만 자칫 큰 타구도 많이 나올 수 있다. 때문에 직구가 살려면 바깥쪽 변화구가 필요하다."
-매번 반복되는 재활 훈련이 정말 힘들었을 텐데, 지금의 김광현을 있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을 꼽자면.
"재활 훈련 때 늘 함께 했던 허재혁 트레이닝 코치님과 김원형 코치님 다 고맙다. 재활군 때문에 욕도 많이 먹고 고생했는데 고맙다. 재활 선수들을 잘 해줘야 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안 아픈데 야구를 못하면 연습이라도 많이 하면 되는데 아파서 야구를 못하면 죽을 것 같고 괴롭다. 2년째 재활하고 있는 (전)병두 형도 많이 힘들 것이다."
-언제쯤 더 이상 아프지 않고 내 공을 던진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지난해 포스트시즌 롯데전부터였다. 당시 '어, 괜찮네. 어깨가 안 좋은데도 이런 공을 던질 수 있구나. 수술할 정도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나서 한국시리즈 끝나고 공을 하나도 안 던졌다. 1월 중순 처음 던졌는데 안 아팠다. 보통 어깨나 팔꿈치가 아프면 캐치볼을 시작할 때 통증이 오지만 그 때는 안 아팠다."
-김광현 하면 떠오르는 타이틀은 '비룡 에이스'다. 이런 칭호가 부담스럽진 않나.
"자만심이 되지 않게 항상 자부심은 있어야 한다. 자부심이 없으면 한 게임, 한 게임 그냥 흘려 보낼 수 있다. 자부심이 있어야 하나, 하나 집중하고 내가 나간 경기는 반드시 잡아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래야 야수들도, 팀도 나를 믿는다. 내가 잘 해야 다음 투수도 잘 던지고, 타자들도 잘 치고, 팀 분위기도 산다. 그래서 자부심은 갖고 있다."
-요즘 마운드에서 보면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다.
"맞는 것을 좋아하는 투수는 없다. 예전에는 살살 던져 맞으면 솔직히 열을 좀 받았다.'왜 살살 던졌지? 세게 던지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매번 전력으로 던졌는데 그래도 맞더라. 세게 던지면 덜 맞긴 하지만 어쨌든 맞는다. 이를 통해 느낀 점은 한번 살살 던지다 맞는다 해도 다음에 승부할 때 세게 던지면 안 맞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맞으면 다음에 세게 던져 막으면 되지'라는 생각을 한다."
-최근 등판을 보면 초반에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는데.
"집중하고 던지는데 잘 될 때, 안될 때가 있다. 일종의 징크스다. 불펜에서 공을 던질 때 안 좋으면 이상하게도 게임에서 잘 던진다. (컨디션이)안 좋으니까 집중을 더 하는 것 같다(웃음)."
-시즌 초에 안경 쓴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경을 벗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지금 렌즈를 낀다. 야구라는 운동이 곁눈질을 많이 해야 한다. 홈을 보고 있더라도 곁눈으로 3루 주자를 봐야 하고, 고개도 자주 돌려야 하는데 시야가 가리는 불편함이 있었다."
-앞으로 한 차례 등판을 남겨놨다. 시즌을 돌이켜보자면.
"주위에서 4점대 평균자책점이 아쉽다고 하는데 나는 마운드에 선다는 자체가 그리고 131이닝을 던졌다는 것 자체가 만족스럽다. 물론 팬들은 내가 더 잘해야 한다는 기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올해는 안 아픈 상태에서 던진 첫 해다. 지금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은 욕심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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