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과 두산이 갈팡질팡이다. 대권을 노릴지, 차분히 가을 야구를 준비할지 고민이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둔 3위 넥센은 22일 현재 승차 없이 1,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 LG와의 승차가 2경기에 불과하다. 4위 두산은 2.5경기 차로 바짝 뒤따르고 있다. 올 시즌 잔여 경기는 넥센과 두산이 각각 8경기, 6경기씩을 남겨뒀다. 판도를 충분히 뒤바꿀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두 팀은 일단 '안전 모드'를 택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무리는 안 하겠다"면서 "매 경기 이기기 위해 최선의 선택으로 노력하겠지만 팀의 틀까지 무너뜨리면서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칫 남은 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치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분위기가 가라 앉아 준플레이오프에서 맥 없이 물러날 수 있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넥센의 베스트 라인업은 탄탄하다. 테이블 세터부터 클린업 트리오, 하위 타선까지 짜임새를 갖췄다. 마운드 역시 선발-중간 계투-마무리로 '승리 방정식'을 만들어놨다. 그러나 문제는 얇은 선수층이다. 주전 선수 1명이 무리하다 다칠 경우 큰 타격을 입는다. 전문가들은 "9구단 체제로 생긴 휴식일이 넥센에 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염 감독은 "일단 올해 목표한 바는 이뤘다"고 만족스러워한 뒤 "올 시즌 전 경기 출전 중인 박병호와 김민성은 상황이 정리되면 지명타자로 기용하든지 해서 체력 안배를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역시 정중동 행보를 취하고 있다. 주축 선수의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휴식을 준다. 잔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김현수는 21~22일 잠실 KIA전에 푹 쉬었다. 이종욱 역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민병헌은 22일 경기 중 왼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자 곧바로 교체했다. 투수 중에는 마무리 정재훈, 중간 계투 김상현을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2군으로 보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한 경기, 한 경기 모든 전력을 쏟아 붓는 것은 부담스러워 엔트리 조정을 했다"며 "선수들 관리를 해주는 한편 주어진 여건에서 기회를 엿보겠다"고 밝혔다. 넥센과 달리 두산은 선수층이 두터워 선수 운용 폭이 한결 여유롭다.
두 팀의 상황은 다르지만 바라보고 있는 곳은 같다. 눈앞에 닥친 순위 싸움이 아닌 '가을의 전설'을 쓰기 위한 포스트시즌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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