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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9월 23일] 전세, 월세와 주택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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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9월 23일] 전세, 월세와 주택가격

입력
2013.09.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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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날이 치솟는 전세가격이 중요한 경제현안이 되고 있다. 반면 주택의 매매가격은 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월세도 지난 8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세의 일부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이 빠르게 하락하여 서울 일부에서는 4%까지 내려간 곳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가격 움직임의 원인은 각 시장의 수급 불균형인데 그 배후에는 향후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주택가격의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택 매입 수요는 줄어들고 세입자는 전세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반면 전세 공급은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전세금에다 자기 돈을 더하여 주택에 투자하려는 유인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세시장에 남아있는 전세 공급자도 자꾸 전세를 월세로 돌리니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상대적으로 월세는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택의 매매, 전세 및 월세 시장은 서로 맞물려 움직이는데 각 시장에서 가격의 조정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전세 및 월세 시장의 경우 대개 2년 동안의 사용권을 거래하는 것이므로 의사결정이 빠르고 시장의 수급상황에 즉각 반응하기 쉽다. 반대로 주택 매매의 경우 소유권이 이전되므로 의사결정에 신중하게 되고 당장의 시장 상황뿐 아니라 미래 가격에 대한 기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주택가격이 약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전세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향후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추월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약은 세입자가 일정 기간 주택을 사용하는 권리를 구입하는 계약임과 동시에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세입자로부터 전세자금을 빌린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담보대출에서는 차입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경우 차입금을 상환하지 않고 담보물을 대출자에게 넘길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매매가격이 3억원인 주택에 대하여 2억7,000만원의 전세계약을 맺었는데 전세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매매가격이 2억원으로 하락하였다면 집 주인의 입장에서 전세금을 상환하지 않고 집을 떠넘기려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집 주인이 일종의 콜옵션(풋옵션이 아니라)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빌려주는 금액(전세금)이 클수록 차입자(집주인)의 도덕적 해이가 늘어나기 때문에 대출자(전세입자)의 입장에서는 대출금액에 상한을 둘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 경매의 경락율이 이러한 상한의 역할을 많이 하고 있는데 70~80% 수준이라고 한다. 최근 전세가격 상승과 매매가격 약세로 전세가율(전세가격이 매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급등하여 지난 8월말 현재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64.5%(서울은 58.1%)로 나타났는데 이는 향후 매매가격이 상승하지 않는 한 전세가격 상승 여지가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한편 전세가격과 달리 월세가격은 주택가격과 같은 방향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전세 공급이 줄고 월세 공급이 늘어난 데 주로 기인하며 전세가격의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월세가격이 내렸다는 것은 전월세 전환율이 더 빠르게 하락하였다는 의미이다. 물론 전월세 전환율이 예금금리보다 더 내려갈 수는 없다. 최근 서울 일부에서 이미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사이까지 내려왔다고 하니 전세가격과 상반된 월세가격의 하락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전⋅월세 시장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되면서 매매가격의 조정과 맞물려 조정되는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 전세가격의 상승이 매매가격의 상승을 이끌던 패턴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주택가격의 하락 전망이 최근 전⋅월세 및 매매시장 동향의 주된 원인인데 전세가격의 조정 과정에서 이 전망이 특별히 바뀔 이유가 없다. 더욱이 최근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주택매매가격의 조정이 더디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전세가격이 빠르게 오름에 따라 많은 국민들의 형편이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때이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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