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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화해기류 40일 만에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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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화해기류 40일 만에 파행

입력
2013.09.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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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정상화 이후 모처럼 찾아온 남북간 대화 기류가 40일 만에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3년 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서 북한이 21일 돌연 행사 연기를 통보한 탓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14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꼬인 실타래가 풀려가던 남북관계는 일거에 경색 국면으로 회귀하는 양상이다.

7월까지만 해도 '강 대 강'의 충돌로 일관했던 남북은 8월 들어 개성공단 정상화 마지막 실무회담(7차)에서 극적 합의점을 찾은 이후 비교적 순탄한 관계를 이어왔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지난달 24일 "평화는 더없이 소중하며 우리 인민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등 북한은 최근까지 평화와 대화를 애써 강조해 왔다.

하지만 평화 공세 속에서도 북한은 언제든 태도가 돌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난데없이 숙소 문제로 딴죽을 건 것이 대표적이다. 이산 상봉 장소로 금강산ㆍ외금강 호텔 대신 사실상 숙박이 불가능한 해금강 호텔을 이용할 것을 요구해 우리측을 당황케 했다.

북한이 이산 상봉을 무기 연기한 직접적 이유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 그간 북측이 이산 상봉과 금강산관광을 연계시키려 한다는 관측은 꾸준히 있어 왔다. 실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은 "금강산 관광에 대해 그 누구의 돈줄이니 뭐니 하고 중상"이라며 대화에 미온적인 우리측을 맹비난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수정 제안한 금강산관광 회담 날짜에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할 때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궁금증은 북한이 왜 굳이 상봉 행사를 코 앞에 둔 시점을 택했느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18일 중국 외교부가 주최한 1.5트랙(반관반민) 형식의 '6자회담 10주년 기념 국제 토론회'를 주목한다. 이 자리에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리용호 부상, 최선희 부국장 등 북한의 북핵 라인 3인방이 총출동해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했으나, 한국과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대남관계 최대 현안인 금강산관광 재개는 물론, 더 큰 목표인 미국과의 대화마저 무산되자 이산상봉 연기 카드를 꺼내 새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평통 성명을 봐도 북한이 국면 전환에 대비해 오랫동안 준비한 인상을 풍긴다. 성명은 박근혜정부의 대북 패러다임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이석기 사태를 싸잡아 비난하며 상봉 연기가 정당함을 강조했다. 대북 소식통은 "핵심 요구인 금강산관광의 논점을 비껴갈 목적으로 부수적인 정치 이슈들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산가족과 우리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반인륜적 행위"라는 통일부 성명에 대해 22일 조평통 서기국 보도를 통해 상봉 무산의 책임을 재차 우리측에 떠넘기는 것으로 보아 상봉 행사나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은 당분간 실현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책임을 회피하고 북남관계 개선의 흐름을 차단하려는 반민족 기도의 발로"라며 전날 통일부 성명을 반박했다. 우리 정부도 "(이산상봉 연기는) 어떤 설명과 변명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이날 상봉 행사를 준비하던 선발대 및 시설점검 인력 75명 전원을 철수시켜 금강산 상태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등 기싸움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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