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는 진실이 최대의 적'(In war, truth is the first casualty)이라는 말이 있다. 전쟁은 승리가 목적이지 진실이고 뭐고 중요한 게 따로 있지 않다는 얘기다. 죽고 사는 일이 걸린 마당에 진실은 중요하지 않고 아군에게 피해(casualty)를 가져올 뿐이며 거짓말을 해서라도 승리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매우 유명한 격언이다.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 초기 체코와 폴란드로 진군할 때에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미국 국방부의 이름은 2차 대전 이전에는 '전쟁부'(Department of War)였다가 이후 '방위'를 강조하는 지금의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로 바뀌었다. 하지만 미국은 방위(Defense)라는 말을 앞세운 국방부 시절에도 다른 나라를 먼저 공격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이라크 전쟁은 이후 대부분 거짓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전쟁에서 진리나 사실은 묻히고 거짓과 말장난, 그리고 힘의 논리가 앞선다는 의미를 담은 위의 표현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 중 하나이다.
위 표현에서 'casualty'는 잘 알려진 뜻인 '피해자','손실'보다 '최대의 적'으로 해석된다. 이 표현과 관련된 응용 문장 한 개를 소개해 보면 'If truth is the first casualty of war then words are the first to be crocked in politics'가 있는데 이는 전쟁 중 진실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정치무대에서 진실한 말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뜻이다. 'Truth has become the first casualty of a political war'나 'The first casualty of war is innocence' 등도 그 의미는 위의 표현들과 비슷하다.
강자의 점령과 침략은 미화되고 반대파는 불순세력이거나 비애국자라고 낙인 찍는 세상이다. 모두 진실과 팩트를 전쟁에서 장애가 되거나 제거되어야 할 것(war casualty)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실정에선 아마도 일부 우파나 보수 세력들이 모든 진보 세력에 종북이나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여 이들과의 토론이나 논쟁의 기회조차 막아버리는 것들이 위의 사례에 해당할 것이다. 전쟁이야 그렇다고 해도 정치만큼은 진실과 정의가 살아 있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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