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 이틀 내놓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담화에는 남북관계와 관련된 우리 측의 거의 모든 부문을 걸고 넘어졌다. 여기에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북측의 속내를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읽힌다.
조평통은 구체적으로 박근혜정부의 대북 패러다임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물론 금강산관광 달러 박스 우려뿐만 아니라 이석기 사태 등 최근 불거진 일련의 남북 문제를 내세워 이산가족 상봉 거부 논리를 세우고 있다.
우선 조평통은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게 눈에 띈다. 지난 5월15일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이명박정부의 '비핵ㆍ개방ㆍ3000'과 다를 바 없다며 비난한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조평통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비판을 했었지만, 이번에는 조평통 대변인 담화로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조평통은 담화에서 "괴뢰들은 이른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결과'니 '원칙있는 대북정책'이 누구를 견인하고 있다느니 하면서 최근 북남관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련의 성과들이 저들의 그 무슨 '원칙론'의 결실인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이어 "사실 남조선에서 우리의 체제와 제도를 전면 부정하는 극단적인 대결소동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속에서도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북남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우리의 일관한 노력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최근의 남북화해무드는 우리 정부가 아닌 자신들의 노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평통이 이석기 의원 구속 사건을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연기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운 것도 눈여겨볼 만 하다. 조평통은 이 의원의 구속과 관련해 "내란음모사건이라는 것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북남 사이의 화해와 단합과 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진보민주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일대 '마녀사냥극'을 미친 듯이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조성된 공안정국을 빌미로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돈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자신들을 중상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그 동안에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대해 '돈줄'이라고 표현하는 우리 언론에 대해 비난 성명을 발표하는 등 민감한 모습을 보여왔다.
북한은 또 이산가족 상봉 연기와 관련한 통일부의 비난 성명에 대해 22일 재차 "책임을 회피하고 우리에 대한 반감과 악의를 선동하다"며 반박하는 등 당분간 북측의 자세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이산 상봉 무산에 대해 중단이 아닌 연기라고 표현한 점에 비춰 향후 대화와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당분간 냉각기를 갖겠지만, 남북이 각각 이산가족 사정과 경제 회생이라는 당면 과제를 무작정 외면할 수 없어 어떤 식으로든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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