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한 워싱턴 평화대행진을 재현한 '도쿄대행진'이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1963년 8월 28일 열린 워싱턴 평화대행진은 미국 역사상 최다 인원인 25만명이 참가한, 미국 인권운동의 획을 그은 시위다.
도쿄대행진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신주쿠역을 비롯해 한인상가밀집지역인 신오쿠보 일대를 돌며 평화행진을 했다. 워싱턴 평화대행진이 그랬던 것처럼 검은 색 정장 양복에 넥타이를 맨 참가자 100여명이 선두에서 "차별을 멈춰라" "함께 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트럼펫, 트롬본 등으로 구성된 50여명의 브라스밴드가 평화대행진 당시 합창한 '우리는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를 연주하며 뒤를 이었고 노란색과 빨간색 풍선을 든 참가자들은 "친하게 지내요" "도쿄는 민족차별주의에 반대한다" "차별 철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복과 기모노를 입은 참가자가 손잡고 함께 행진했고 꽹과리 등 한국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어떤 아이든 우리 아이'라는 피켓을 든 시민도 띄었다. 극우단체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이 도쿄한국학교에 지원하지 말라고 도쿄도에 요구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행사에 참가한 다카하시 와카기는 "재특회의 혐한 시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도쿄대행진 실행위원 기노 도시키는 "전국 각지에서 반복되는 혐오 시위에 반대한다"며 "차별은 개인, 집단, 사회를 파괴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 등 인권 운동가들이 25일 '혐오연설과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국제네트워크'를 설립하는 등 특정 세력을 겨냥한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를 용납하지 않는 시민 운동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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