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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사기판 쳐도… "조심하라" 말 뿐인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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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사기판 쳐도… "조심하라" 말 뿐인 대책

입력
2013.09.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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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사칭 가짜 인터넷주소로 접속을 유도해 개인정보 빼내는 피싱→PC에 악성코드 심어 위조 사이트로 이동시킨 뒤 개인정보 탈취하는 파밍→가짜 팝업창 띄워 보안카드 비밀번호 앞뒤 2자리만 빼내는 메모리해킹→ ?'

전자금융 사기가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은행의 대응은 '나 몰라라' 수준이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파밍 사기 건수는 1,263건, 피해액은 63억5,500만원에 이른다. 파밍 의심 사이트 접속차단 건수도 급증했다. 경찰청 등이 차단한 가짜 사이트 수는 2011년 1,849건에서 지난해 6,944건으로 일년 새 4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엔 금융당국의 사기 예방서비스를 사칭하는 허위 사이트가 등장하고, 보안카드 번호 일부만 탈취하는 등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해 정부가 발령하는 주의보는 '뒷북'이 되기 일쑤다.

그런데도 금융시스템 환경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이나 고객 돈을 관리하는 은행은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등 소극적 대응에 머무르고 있어 금융사기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인터넷뱅킹 본인 확인 강화 조치 역시 자금이체 시 보안카드 또는 일회용비밀번호(OTP) 외 지정 단말기 이용 접속 또는 휴대폰 등으로 본인임을 추가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관리 책임을 맡은 당국은 금융 소비자한테 '본인PC관리 잘 하고, 사기 조심하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 같은 대책은 고객이 피해를 봤을 때 금융회사들의 면책근거로 악용되고 있다. 가령 파밍과 메모리 해킹 등도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피해자의 고의ㆍ중과실이 있는 경우 금융회사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고객이 감염PC인줄 모르고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했다면 은행은 법과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책임이 없다"고 발뺌할 수 있다.

실제 파밍 관련 소송에서 은행의 책임이 인정된 경우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7월 의정부지법은 파밍 피해자가 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은행은 피해자에게 538만2,000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마저도 은행의 배상 책임은 30%로 제한했다.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대표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전자금융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는 일정 기간 내 경찰에 통지할 의무가 있고 이를 어기면 50만원 정도의 벌금을 물어야 하지만, 원칙적으로 피해 책임은 금융회사에 있다"며 "우리는 반대로 소비자가 피해 입증을 해야 하고 금융회사는 느슨한 법에 기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련법 개정 외 당장 파밍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자금융 사기가 주로 보안카드를 사용할 때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 OTP 사용률을 높이거나 의무화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금융당국과 은행은 비용 등을 이유로 꺼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 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에서 해킹, 파밍 사고가 빈번히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OTP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해킹 사고는 아직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OTP가 보안카드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의무화 하는 방안에 대해선 "OTP의 가격이 3,000~1만8,000원이라 고객부담이 큰데다, 무료화할 경우 은행에 전담해야 하는 구조이고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추진하기 쉽지 않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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