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모자(母子) 실종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유력 용의자로 긴급 체포했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어줬던 차남 정모(29)씨를 한달 만에 다시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씨의 어머니 김모(58·여)씨와 형(34)은 지난달 13일 실종된 이후 현재까지 행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22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 정씨의 집에서 정씨를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 18일 인천 자택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정씨가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데다 직접적인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찰은 "남편이 두 사람을 살해한 뒤 시신을 경북 울진에 유기했다"는 정씨 부인의 진술과 각종 정황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의 부인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중이지만,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어머니 김씨의 지인들로부터 김씨가 차남 정씨에게 살해 위협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10억원 대 원룸 건물을 소유한 김씨는 돈 문제와 고부 갈등 문제로 정씨와 자주 다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7월에 어머니를 찾아와 5,000만~1억원을 주지 않으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김씨는 지인들에게 '차남 눈빛이 무서워 자기를 죽일 것 같아 집 잠금장치의 비밀번호도 바꿨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1년간 강원랜드에 32차례 드나들면서 8,000만원 상당의 빚을 지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와 장남은 각각 보험금 2,085만원과 5,000만원의 사망보험에 가입된 상태였다.
정씨가 지난달 15일쯤 청테이프 4개, 면장갑 2개, 대량의 락스를 구입하고, 19, 20일엔 어머니의 금반지, 형의 300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26만원)를 처분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씨가 지난달 14일 형의 차량을 몰고 강원 동해IC와 충북 제천IC를 거쳐 외가가 있는 울진에 다녀온 정황을 포착한 경찰은 김씨 모자가 살해된 후 울진에 유기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 지문이 찍힌 고속도로 통행권 2장과 정씨의 차량 이동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어머니 김씨의 집 근처 CCTV에 찍힌 차량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분석한 결과 모자의 몸무게에 해당하는 125㎏ 가량의 적재물이 차량에 실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며 "정씨가 컴퓨터에서 '살인', '실종', '가족 명의 주택 담보 대출' 등을 검색한 자료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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