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배구가 제17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1일 태국 라차부리의 찻차이홀에서 열린 중국과의 3ㆍ4위전에서 3-2(13-25 17-25 25-21 25-23 15-11)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숙적 일본에 패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중국을 꺾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
▲ 얇은 선수층, 한 달이라는 짧은 소집 기간
세계랭킹 10위 한국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포 김연경(25ㆍ페네르바체)이 합류해 사상 첫 우승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그러나 손발을 맞추기엔 한 달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이후 세대 교체 중인 대표팀은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고교생 이다영, 이재영(17ㆍ이상 선명여고 2)을 전격 발탁했다. 그러나 이다영은 경기 운영면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냈고, 세터 이재은(KGC인삼공사)이 모든 걸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악재도 겹쳤다. 강 서브를 바탕으로 조커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했던 이재영이 태국 현지에 도착한 이튿날 무릎 통증을 호소,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재영은 준결승 일본전 3세트 막판이 돼서야 처음 코트에 나섰지만 실전 감각이 떨어졌고 부상 우려가 남아 있었다.
차해원 감독은 대회 내내 이재영의 투입 시기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김연경, 한송이(GS칼텍스) 외에 오지영(도로공사)이 레프트에 있었지만 수비 전문 선수라 마땅한 대체 카드를 찾기 힘들었다. 프로배구 정규 V리그를 앞두고 있는 터라 선수 차출도 쉽지 않았던 것도 한 몫 했다.
▲ 평균 연령 23.4세… 그래도 미래는 있다
수확도 있었다. 대회에 첫 선을 보인 이다영, 이재영을 비롯해 박정아(20), 김희진(22ㆍ이상 IBK기업은행) 등 젊은 선수들은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박정아는 주 포지션이 아닌 센터로 나섰음에도 중국전에도 블로킹 5개를 잡아내며 대역전승의 밑거름을 일궜다. 대표팀 관계자는 "1~2년 이들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10년 이상 여자 배구를 이끌어갈 선수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자 배구의 경우에도 대학생 신분이었던 전광인(KEPCO)을 일찌감치 발탁해 키운 결과 현재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표팀에서 10년 이상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김사니(32ㆍ로코모티브 바쿠), 정대영(32ㆍGS칼텍스) 등이 이번 대회에서 빠졌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꾸준한 인내와 믿음이 필요하다. 여기에 부상으로 빠진 양효진(25ㆍ현대건설)이 가세한다면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이나 그랑프리 대회 등 국제대회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23일 귀국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하루를 보낸 뒤 다시 2014 세계선수권 예선 참가를 위해 25일 오전 중국 칭저우로 떠날 예정이다.
라차부리(태국)=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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