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의 A초등학교에서 2009년부터 돌봄강사로 일해 온 우금주(45)씨. 그는 지난해 월~금요일 수업을 마친 1,2학년생들을 오후 1시20분부터 5시까지 돌보며 숙제를 도와주고 독서 지도를 했다. 그런데 학교측이 올 2월 재계약을 하면서 설명도 없이 근무시간을 월~목요일은 오후 2시10분부터, 금요일은 오후 2시20분부터로 바꿔버려 주당 근무시간이 18시간20분에서 14시간으로 줄었다. 학교측이 월급을 20만원 정도 올려줬지만, 우씨는 달갑지가 않다. 자신을 계속 비정규직으로 묶어두려는 꼼수로 여기기 때문이다.
2012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에 따르면 '기간제 중 과거 2년 이상 유지돼왔고 앞으로도 2년 이상 지속될 업무'를 하는 경우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돼있다. 우씨는 5년째 같은 학교에서 같은 업무를 해왔고 향후 돌봄강사직이 폐지될 계획이 없기 때문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다. 그러나 우씨는 학교측이 '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예외로 할 수 있다'는 기간제법의 예외조항을 들어 초단기 계약을 종용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달 경북도교육청은 '돌봄참여 학생들에게 특기적성 프로그램 참여 후 학교 여건에 따라 2~3시간 돌봄교실을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냈다. 교육청 측은 "미술ㆍ음악 등 특기적성 교육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돌봄교사들은 졸지에 근무시간이 줄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유치원(1급) 보육(2급)교사 자격증을 보유한 우씨는 "돌봄교사 제도를 도입한 2008년 무렵에는 학교마다 서로 오라고 했는데 지금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국 초등학교 돌봄강사 중 우씨처럼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계약을 맺은 경우가 4분의 1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은수미 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넘겨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돌봄강사 7,944명중 26.3%인 2,093명이 15시간 미만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주 15시간 미만의 근로자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될 뿐 아니라 고용보험에서도 제외되고, 퇴직금도 받을 수 없다. 실제로 돌봄강사 중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율은 22.1%(1,661명)에 달했다. 지난해 임금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61.3%였다.
지역별 초단기 계약 비율은 제주(95.1%), 세종(89.3%), 전북(75.6%)이 가장 높았다. 특히 제주는 13시간10분, 14시간10분 등 10분 단위로 복잡한 계약을 맺는 학교가 많았다. 반면 서울과 대구(0%), 울산(0.6%), 경기(2.5%)는 그 비중이 매우 낮았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인 전회련 경북지부의 김복래 돌봄지부장은 "근무시간 문제뿐 아니라 최근에는 4개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해 고용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는 돌봄교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현실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은"모범적인 사용자여야 할 학교가 돌봄강사들에 대해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보호조차 해주지 않으려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이는 사회보험 혜택을 받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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