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전셋값만 5억원이 넘는 부자 동네입니다. 진짜 위기가 닥쳐도 강남 집값이 폭락할 일은 없죠."
경기 성남시 서현동의 공인중개사 김현정(가명)씨는 서울 강남의 집값은 어지간해선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소유자들이 돈이 많으니 경기가 나쁘다고 집을 급매물로 내놓진 않아 집값을 받쳐주리란 믿음 때문이다.
서울 목동 U부동산 이모(58)씨 생각도 비슷하다. 강남은 교육 등 주거환경이 좋아 투자 및 실수요가 꾸준하다는 걸 이유로 꼽았다. 이씨는 "지방에 사는 부자들도 강남에 투자할 정도니 집값이 떨어질 때도 하락폭이 작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관계자들 사이엔 이처럼 '강남 불패'라는 믿음이 있다. 강남 집값은 부동산 활황엔 다른 지역보다 먼저, 가파르게 오르는 반면, 침체기엔 더디게, 조금 내린다는 속설이 강남 불패다. 아울러 수도권 공인중개사들이 제 지역 외에도 강남 집값을 수시로 확인하는 건 업계 불문율로 통한다. 강남 집값이 올라야 자기 지역 집값도 오른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강남 불패 신화는 갈수록 빛이 바래고 있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따져보니 강남의 아파트가격은 2007년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서울의 평균 아파트가격보다 빨리, 더 많이 떨어진 걸로 나타났다.
17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9월까지 수도권에서 가장 아파트 가격이 많이 떨어진 곳은 강남구(1억7,427만원 하락)였다. 강남3구에 속하는 송파구도 같은 기간 수도권에서 3번째로 높은 하락폭(1억1,242만원)을 기록했다. 서울 평균 매매가격이 10% 떨어지는 동안 강남과 송파구는 각각 18%, 15%씩 떨어진 것이다.
강남은 서울 전 지역보다 1년 앞선 2008년부터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으니 하락시기도 다른 곳보다 빨랐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업체가 조사한 가격은 시세 기준이라 실제 거래가격을 따지면 하락폭이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강남 불패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지적한다. 투기수요로 인해 높아진 가격은 거품이 빠지면 더 떨어질 위험이 큰 게 당연하다고 했다. 선 소장은 "2006년 부동산 과열기 때 너도나도 집값의 60%가 넘게 빚을 내 강남에 집을 산 후유증"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아파트인 은마아파트는 투기수요가 빠지자 가격이 30% 가까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런데도 강남 불패란 신화가 여전히 회자되는 건 집값이 급등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심리 탓이다. 박 위원은 "사람들이 과거 강남 집값이 크게 뛴 것만 기억하려 하는데 특수한 상황을 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강남3구 중 재건축이 성공한 서초구만 집값 하락폭이 4,000만원 정도에 그친 걸 감안하면, 지역상황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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