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증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여야대표 3자회동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로 복지재원을 마련하도록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국민 공감대 하에 증세할 수도 있다"며 증세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증세 논의가 급속히 확산되는 걸 막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증세를 염두에 둔 실무 준비를 시작했다.
현오석 부총리는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3차 경제ㆍ민생활성화 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박 대통령의 언급은 "원론적 말씀"이라고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현 부총리는 또 "비과세 감면을 줄이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게 조세 형평에 맞고 이게 우선순위"라며 "지금 증세를 하면 경기가 더 꺼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대한 노력을 하고도 재원조달이 불가능하다면 그때는 증세를 해야 한다"며 증세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비록 단서가 달려있긴 하지만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잇따라 증세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는 것은 이제까지 '증세'란 단어조차 금기시 했던 태도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다. 기재부 주변에선 조만간 증세 방법과 시기에 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세 없이 복지'라는 공약에만 매달려서는 '공약가계부' 이행에 필요한 예산 135조원을 조달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내에서는 이미 구체적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매매 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현재는 상장기업 대주주에게만 주식양도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이를 소액주주로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경우 연간 최대 1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걷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소비관련 세율을 인상하거나 세목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 가능성은 낮다. 현 부총리도 "법인세와 소득분배는 다른 문제다. 법인세는 경쟁국과 경쟁해야 하는 측면이 있고, 인하가 오히려 세수를 증대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