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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노사중재 나몰라라… 대기업 편들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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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노사중재 나몰라라… 대기업 편들기만

입력
2013.09.1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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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16일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AS기사들이 불법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이번에도 역시 기업 눈치보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기업의 불법을 단속함으로써 건전한 노사관계의 기틀을 잡는 국가의 역할은 방치한 채 '경제 논리'에 얽매여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급급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부의 삼성전자서비스의 감독결과를 "대기업 봐주기의 전형적인 결과"라고 비판했다.

고용부의 '기업 눈치보기' 행보는 이번뿐이 아니다. 2011년 노동계에서 KT가 'CP'로 불리는 강도 높은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해 다수의 노동자들의 연쇄적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후 고용부는 2012년 5월 특별근로감독을 하고도 핵심쟁점인 CP에 대해선 침묵하고 휴일수당ㆍ연차수당 미지급 등 부차적인 불법행위만 지적했다. 이미 CP프로그램을 운영한 KT 직원의 양심선언, 퇴출압박을 받은 직원의 증언 등이 나왔지만 고용부의 발표는 "실행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노동계 최대 현안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의 불법파견 판정과 관련한 최근 고용부의 행태도 미심쩍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는 했으나 고용부는 2004년 현대차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2010년 7월 대법원이 이를 불법파견으로 판결한 후에는 오히려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2010년 금속노조, 2012년 현대차 사내하청 지회와 진보성향 법학교수 35명, 2013년 현대차 희망버스기획단 등이 잇따라 현대차를 고발했지만 고용부는 지난 1월 끝낸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미루고 "조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 고용부는 법원보다 보수적이다. 통상임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이 "분기별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는 판결을 내리는 등 법원은 1990년대 중반부터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 해석해 왔지만, 고용부는 "정기상여금, 체력단련비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1988년의 행정해석을 고수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폭넓게 인정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 3권 인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2010년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2013년 학습지교사 등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했지만 고용부는 "정해진 입장이 없다"며 노동권 보호 역할에 눈감고 있다.

고용부가 공정한 법 집행자와는 거리가 먼 탓에 불신과 대립으로 점철된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 중재자 역할은 실종되고 오히려 노사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부가 노동계를 '경제의 하위파트너'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법률사무소 새날의 김기덕 변호사는 "불법파견의 경우 법원이 제시한 기준을 적용해 근로감독관이 적극 불법을 규제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방기함으로써 모든 노사문제가 법원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2004년 노동부가 자동차, 조선 등을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뒤 이에 따라 시정조치를 했으면 이후의 수많은 노사갈등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노동당국이 불법파견같은 잘못된 노사관행이 확산되기 전에 예방책을 편다면 근로자도 보호하고 노사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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