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임진강을 헤엄쳐 월북하려다 우리 군에 사살된 남성은 일본에 '정치 난민'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40대로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7일 브리핑을 통해 "소지하고 있던 본인 여권을 통해 사살된 남성이 남모(47)씨로 확인됐으며 일본 이민청에 정치 난민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고 추방된 전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가정보원과 경찰, 국군기무사령부 등 소속 요원들로 꾸려진 중앙합동신문조가 시신에서 채취한 지문 등으로 정확한 신원과 행적을 파악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남씨는 국내에 거주하면서 주거지가 분명치 않았으며 이혼 등 가정 불화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난민 신청을 목적으로 여러 나라를 방문한 정황도 포착됐다.
합참에 따르면 남씨를 사살할 당시 주변 초소에 근무 중이던 초병 30여명이 대대장의 지시로 사격에 가담했고 경고 사격 없이 K-1과 K-2, K-3 등 개인화기를 동원해 수백발을 발사했다. 남씨는 이 중 2발을 머리와 손에 맞고 숨졌다. 합참 관계자는 "통문(철책)을 넘은 남씨에게 중대장이 육성으로 세 차례 돌아오라고 권유했지만 남씨가 이를 무시하고 임진강으로 뛰어들었다"며 "해당 지점은 강폭이 800m 정도여서 부유물(스티로폼)을 갖고 강을 건너면 순식간에 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이 긴박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접적(接敵) 지역에서 통제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자는 사격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월북을 막지 못하면 지휘관이 징계를 당하는 데다 사거리가 1㎞가 넘는 개인화기 총탄이 자칫 북측으로 넘어갈 경우 교전으로 번질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집중 사격을 통한 초기 차단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진급 인사와 국회 국정감사를 앞둔 민감한 시기라는 점도 (대응 수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씨는 16일 오후 2시 23분쯤 경기 파주시 서북쪽 최전방 지역의 임진강 지류 탄포천을 통해 월북을 시도하다 사살됐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