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영변 핵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인 제논과 원자로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생긴 급배수 흔적이 포착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이는 영변 핵시설이 사실상 재가동되고 있다는 유력한 증거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진전된 핵개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영변 상공에서 핵분열 때 발생하는 제논을 추가로 탐지했다. 앞서 6월 하순 이 지역 상공에서 세 차례 제논을 검출한 이후 불과 두 달여만이다.
특히 이번에 검출된 제논의 수치는 6월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영변의 5MW급 흑연 감속로를 재가동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도발위협을 고조시키던 지난 4월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했었다.
이와 함께 영변에서는 원자로에 물을 공급하고 사용한 물을 흘려 보내는 급배수 흔적도 포착됐다. 북한은 과거 고온의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냉각탑을 세워 공기가 빠져나가게 하는 '공냉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2008년 6월 냉각탑을 폭파한 이후에는 인근 구룡천의 물을 냉각제로 사용하는 '수냉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11일 공개한 영변 원자로 주변 위성사진에 하얀 수증기가 찍힌 것은 원자로의 이상신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냉식 원자로는 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수증기가 발생하지만 수냉식 원자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로를 물로 식혀도 온도가 섭씨 100도를 넘었기 때문에 수증기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냉각기로 연결되는 배관, 밸브에 균열이나 다른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영변 원자로는 1986년 구 소련의 기술지원으로 건설돼 30년 가까이 된 노후 시설이다. 또한 북한이 94년 제네바 합의로 원자로를 폐쇄했다가 2002년 2차 핵위기 때 재가동하고 다시 2008년 이후 가동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시설의 피로도가 증가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빗대 영변 원자로가 본격 재가동되면 끔찍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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