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7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조석(56ㆍ사진)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취임 직후부터 '정도경영(正道經營)'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지역 공단 직원들이 토착 세력과 유착해 각종 비리를 저지르거나 지역 정치권 인사를 통한 이사장을 흔드는 등 조직 내 뿌리 깊은 부정, 부패를 뿌리뽑고 조직을 개혁하겠다는 의지 표현이었다. 잘못을 저지를 경우 '인사'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뜻도 밝혔다.
대신 그는 임원 3명 중 외부 인사로 채워졌던 두 자리 중 하나를 내부 승진 인사로 가져옴으로써 처음으로 임원 구성에서 내부 인사(2)가 외부 인사(1)보다 많도록 했다
조 전 차관이 이번엔 원전비리로 얼룩진 한국수력원자력의 구원투수로 낙점됐다. 한수원은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그를 새 사장에 선임했다.
엄밀히 말해 그는 한수원의 두 번째 소방수다. 잦은 원전사고와 비리로 관료선배인 김균섭 전 사장이 앞서 한수원 사태 해결사로 선임됐지만, 누적된 비리가 끊임없이 드러나면서 김 전 사장은 결국 지난 6월 강제 낙마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사태수습을 위해 김 전 사장이 임명됐지만 워낙 뿌리 속까지 곪아있던 조직이라 결국 제대로 개혁도 못해본 채 물러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한수원은 신임 사장 찾기에 나섰지만 적임자가 없어 재공모까지 진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고 3개월 넘게 사장 자리를 비어 있었다. 조 전 차관은 민간출신인 박기연 전 삼성물산 고문과 2차전을 벌였고, 한때 '한수원을 바꾸려면 관료출신은 안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지만 결국 수습 책임자로 최종 낙점됐다.
조 사장은 행정고시 25회로 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경제관료. 원전사업기획단장, 에너지정책기획관 등을 지내 원전업무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뚝심 있는 일 처리 때문에 '해결사' , 밤낮 없이 일하는 성실함 때문에 '조석(朝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특히 2004년 원전사업기획단장 시절 주민투표 방식을 도입해 19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선정 문제를 풀어내기도 했다.
문제는 비리의 온상, 무능한 조직으로 비춰지고 있는 한수원을 얼마나 깨끗하게 정화시킬 것인가 하는 점. 무너진 조직의 사기를 추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뼈를 깎는 개혁조치를 통해 원전과 한수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는 게 더 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전임 사장이 너무 한수원 내부 말만 들었다는 지적이 있다. 지금은 자기반성이 급선무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기회가 된다면 착실히 준비해서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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