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3자회담 이후 여야의 강경 대치 구도가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장외투쟁을 고집하며 민생을 외면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그 책임 또한 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외투쟁을 계속하겠다는 민주당의 결정에 대한 비난이자 경고로, 취임 이후 가장 강경한 대야 대결 태세의 표명이다. 민주당도 이에 질세라 정부ㆍ여당에 대한 투쟁 자세를 거듭 다졌다. 김한길 대표는 "보름달은 차오르는데 민주주의의 밤은 길어지고 민생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진다"며 "박 대통령이 외면하는 민주주의 회복은 우리에게 많은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겠지만 기꺼이 감당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두 지도자의 실망은 이해가 간다. 박 대통령은 모처럼 국회로 발길을 옮겨 야당 대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 것만으로도 나름대로의 정치적 도리는 다 했다고 여길 수 있다. 반면 김 대표는 서울광장에서의 노숙생활을 접을 최소한의 명분은 박 대통령이 만들어 주리라 기대할 만했다. 그런 주관적 평가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한 회담 결과를 두고 우선은 상대방 탓으로 돌려놓고 보는 게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지도자 모두 국민 눈에 비쳐질 겉모습에만 신경을 썼지, 대화 상대에 대한 일말의 성의조차 없었다는 점부터 자성하는 게 맞다. 그런 성의와 배려 없이는, 설사 작은 합의에 이르렀더라도 이내 그 의미를 낮추거나 내던지기 십상이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상대를 비난하느라 동원한 말의 핵심이 '민생'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정치적 빈말에 지나지 않더라도 정치지도자는 무거운 책임을 느껴 마땅하다. 두 사람의 언급처럼 추석 연휴를 맞아서도 마음이 무거운 국민이 많다. 그런 마음을 어루만질 민생 현안은 결국 국회에서, 여야 대화로만 풀 수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야당이 장외투쟁을 풀 수 있을 최소한의 명분을 생각해 내고, 김 대표는 내부 반발을 무릅써가며 당을 국회로 이끌어 들어갈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잠깐의 냉각기로 추석 연휴를 마련해 준 하늘의 뜻이자 국민의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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