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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9월 18일] 넉넉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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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9월 18일] 넉넉함을 위하여

입력
2013.09.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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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는 일반버스와 우등버스로 나뉜다. 일반버스는 저렴한 대신 자리가 좁고 좌석 사이에 칸막이용 팔걸이가 없다. 체구가 그리 크지 않은 나로서는 못 견딜 정도의 불편함은 아니라 종종 이용하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좀 심한 불편을 겪게 되었다. 그날의 버스는 만석이었고 하필 내 옆에는 덩치가 앉았다. 좌석 사이에 팔걸이가 없다 보니 덩치의 엉덩이와 한쪽 팔이 자연스레 내 자리 쪽으로 넘어왔다. 축축한 살이 닿았다. 버스는 약간 더웠고 앳된 얼굴의 덩치에게서는 시큼한 땀냄새가 났다. 시간이 지나자 잠에 빠진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덩치의 머리가 왼쪽 오른쪽으로 춤을 추다가, 내 어깨에 닿았다.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반대편으로 그의 머리를 휙 밀어버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남의 자리 침범하지 말고 우등을 타라고! 아니면 자리를 두 개 사든가! 하지만 부글부글 화가 끓는 마음 한쪽으로 이런 생각도 지나갔다. 그가 뭘 잘못했다고 내가 이러나. 몸집이 큰 게 무슨 죄인가. 불편의 크기로 치자면 비좁은 자리에 구겨져 있어야 하는 덩치 쪽이 더 클 것인데. 사소한 불편조차도 타인과 공유한다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 길이 붐비는 귀성 귀경의 시간엔 더하려나. 그래도 좀 넉넉한 마음이 되었으면 싶다. 옆자리에 덩치가 앉아도, 뒷자리에서 김치 냄새가 풍겨도, 아이가 빽빽 울어도, 접촉사고가 생겨도, 짜증 내지 말기로. 우리 모두의 명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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