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건설사업이 총사업비 기준으로 절반 정도 투자됐으나 대부분 토지보상비이고 실제 투자 내용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행정도시건설청(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8월말 현재 행정도시건설 총사업비 22조5,000억원 중 10조4,000억원이 투자돼 46%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다. 정부 투자가 3조2,100억원이고 LH 투자액은 7조1,900억원이다.
하지만 LH 투자비 가운데 원주민 토지보상비인 6조5,000억원을 제외하면 도로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투자비는 고작 6,900억에 불과하다. 또한 정부 투자도 3조2,100억원으로 정부가 2030년까지 투자해야 할 8조5,000억원 중 37%가 집행된 셈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행정도시건설에 투자한 사업비의 60% 정도가 토지보상비로 밝혀지자, 2030년까지 50만 명의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조성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12월 보건복지부 등 정부청사 2단계(이전공무원 4,800명)와 국책연구기관 800여명의 이전 등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공동주택이 현재까지 4만호 공급됐고 학교도 세종 한솔동에 6개 학교가 개교했다. 하지만 세종으로 진입하는 13개 노선 중 세종-유성, 세종-정안IC, 세종-KTX오송역까지 3개 노선만 개통됐을 뿐 나머지 10개 노선은 공사 중이거나 착공도 못한 상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내년도 행정도시건설 예산을 7,100억원 수준으로 잠정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예산 8,400억원보다 1,300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행복청은 행정도시건설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올해부터 2017년까지로 보고 있다. 이 기간 문화예술시설과 제조업, ICT산업 등 민간부문 투자가 충분하게 이뤄져야 행정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행정도시건설 사업 예산을 축소하고 있어, 자칫 자족기능을 잃은 기형적인 세종시가 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춘희 전 건설교통부 차관은 "도시 건설 초기 단계인 2015년 이전에 정부 투자가 50-60% 정도는 이뤄져야 민간 부문 투자도 촉진된다"며 "이런 상황으로는 행정도시건설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윤형권기자 yhk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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