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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푸른밤, 록페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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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푸른밤, 록페로 물들인다

입력
2013.09.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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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문화를 담은 제주도의 음악 축제를 만들기 위해 제주도 남자 세 명이 모였다. 제주 출신이거나 제주로 이주했거나 제주를 좋아하는 음악인들을 모으고, 제주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다음달 18일부터 20일까지 제주 일대에서 열리는 '제트 페스트(JET FEST)'를 기획한 대중음악 평론가 박은석(43)씨, 독립 레이블 부스뮤직의 부세현(37) 대표,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32) 대표를 17일 서울 서교동에서 만났다. 부 대표는 제주에 머물고 있어서 화상 통화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세 남자는 모두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음악과 관련한 일을 시작했다. 박씨는 1990년대부터 대중음악 웹진 편집장, 평론가, 공연 기획자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고, 고 대표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로 '대박'을 터트린 뒤 신인 음악인들의 앨범을 꾸준히 제작해 오고 있다. 음악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던 부 대표는 고향으로 내려가 독립 레이블을 만들고 현지 음악인들의 음반을 제작하며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제트 페스트는 부 대표가 서울의 인디 음악인들을 제주로 초청해 공연을 하던 중 고 대표를 만난 게 발단이 됐다. 1994년 미국의 우드스탁 페스티벌에 다녀온 뒤 제주 록 페스티벌을 꿈꿔 오던 박은석씨가 합류하며 팀이 꾸려졌다. 이들은 공연과 제주 여행을 결합한 '그레이트 이스케이프 투어 인 제주'를 지난해 5월부터 일곱 차례 진행하며 경험을 쌓았다. 박은석씨는 "페스티벌의 축소판을 먼저 진행해보고 시행 착오를 통해 노하우를 쌓자는 의도였는데 적자가 쌓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전국에서 적지 않은 수의 록 페스티벌 또는 대중음악 관련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제주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는 의미가 남다르다. 고 대표가 "제주도의 자연과 음식, 지역의 고유 문화가 이 페스티벌의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하자, 박씨는 "현지 관객에겐 수도권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외지 관객들에겐 공연뿐만 아니라 제주의 문화를 충분히 체험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18, 19일 제주시 청소년야영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공연에는 인기 록 밴드 YB, 언니네 이발관, 뜨거운 감자, 몽니 그리고 제주로 이주한 가수 장필순, 제주 토박이 밴드 사우스 카니발 등이 참여한다. 공연은 일몰 후에만 열리는데 낮에는 자유여행이나 배낚시, 하이킹, 목장 투어 같은 여행 프로그램, 문화 강연을 통해 제주를 느끼라는 의도다. 페스티벌에 참여한 음악인들과 직접 만나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는 심야 프로그램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올 상반기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가 사상 처음 5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제주의 관광 산업은 급성장 중이다. 제주 4ㆍ3 항쟁을 소재로 제주에서 제작된 영화 '지슬'이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제주 출신 음악인들이 주목 받고 있지만 여전히 제주의 지역 문화는 걸음마 단계다. 부 대표는 "제주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이 열리는 라이브 클럽은 한 군데 정도"라며 "제주 지역 문화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한데 그것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했다.

제트 페스트는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축제를 표방한다. 세 기획자들은 현지 업체와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식음료 업체도 최대한 제주 내에서 선정했다. 고 대표는 "페스티벌을 기획하면서 처음 만난 것도 제주 지역 자치 단체였고 기획 단계에서도 제주 주민들에게 어떻게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지 끊임 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축제만 70개에 이르지만 관광상품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문화 축제를 꼽기는 쉽지 않다. 세 사람은 "장기적으로는 제주에서 제작된 독립영화 상영이나 지역 연극 단체의 공연, 제주 지역 미술 작가들의 작품 전시 등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문화 축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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