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왜곡하고 오류가 많아 교과서로서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들이 "기존 교과서들이 오히려 친북ㆍ친소ㆍ친공ㆍ반미ㆍ반일ㆍ반자유주의에 입각돼있다"며 이념몰이 공세를 폈다. 역사학계에서는 "이번 논란은 이념이 아닌 그간 연구하고 배워온 상식적인 역사관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이명희 공주대 교수(한국현대사학회 회장)는 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수정ㆍ보완 지시를 충분히 이행하겠다"며 교과서를 출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수정의 범위에 대해 권 교수는 "날짜, 연대 등 사실상의 오류는 수정하겠지만 시각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한정했다.
특히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가 공동으로 분석해 발표한 오류 298건 등 이미 드러난 교학사 교과서의 잘못된 기술과 관련해 두 교수는 "사소한 실수를 찾아내서 '부실 교과서'로 공격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1930년대부터 강제 동원된 일본군 위안부를 1944년 여자정신근로령 발표 후 동원된 것처럼 썼다거나, 1945년 7월 발표된 포츠담선언 시기를 2월로 적어 얄타회담과 헷갈리게 하는 등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학계는 지적했다.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인 하일식 연세대 교수(사학)는 "실제 확인한 오류는 500~600건이었지만, 명백하고 중요한 것만 간추린 게 그 정도"라고 지적했다.
교학사 교과서 저자들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수용했다거나 이승만ㆍ박정희 등 독재정권을 미화했다는 비판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권 교수는 "기존의 교과서들이 친북ㆍ친소ㆍ친공 ㆍ반미ㆍ반일ㆍ반자유민주주의의 색깔을 노골적으로 때론 숨겨서 띄고 있다"며"필진이 대부분 민중사학을 주장하는 국사학계에 속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이번 검정에 합격한 천재교육 교과서를 들어 "임의로 골라 8쪽을 봤는데도 15개의 사실 오류가 있었으니 교과서 전체로 보면 통계적으로 650건의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가 지적한 오류는 외환위기의 발생 연도를 1997년이 아닌 1998년이라고 기술한 것, 독립국가연합의 영자표기를 CIS가 아닌 CSI라고 표기한 것, 여성을 사회적 소수자라고 본 것 등이다.
이에 대해 천재교육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인 주진오 상명대 교수(역사콘텐츠학과)는 "백 번 양보해 15개의 오류가 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8쪽에서 그렇게 나왔으니 전체를 계산하면 650건이 있으리라는 주장을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되물었다. 하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는 이념을 떠나 역사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있는 수준이냐는 상식의 문제"라며 "기존 학자들에 대한 매도는 비상식적인 언급이자 명예훼손성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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