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귀금속 세척작업을 하던 도중 불산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공장이 아닌 가정집에서 불산을 사용하는 데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신분증만 있으면 시중에서 불산을 구매하는 데 아무 제약이 없는 점 등 유해화학물질의 판매ㆍ취급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18분쯤 금 세공업자 박모(49)씨가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한 주상복합아파트 10층 자신의 집 세탁실에서 귀금속 세척 작업을 하던 중 불산 가스가 샜다. 이 사고로 박씨와 부인 오모(48·여)씨가 목과 가슴 등에 통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박씨는 불산을 이용하면 귀금속을 쉽게 세척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화공약품 취급소에서 불산 희석액 2L를 구입, 루비의 불순물을 제거하려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플라스틱 용기에 담겼던 불산액을 커피 유리병에 옮겨 부은 것이 원인이었다. 불산액은 유리를 녹이는 성질을 갖고 있다. 박씨는 경찰에서 "유리병에 옮긴 뒤 잠시 후'퍽'하는 소리와 함께 가스가 누출됐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바닥에 튄 불산액을 물로 씻어낸 뒤 119에 신고를 했다.
신고가 접수되자 부산진경찰서와 부산진소방서, 소방본부 특수구조단 화생방대응팀, 53사단 화생방 신속대응팀, 낙동강환경관리청 직원 등이 현장에 급파됐으며 주민들의 출입도 임시통제됐다. 아파트 관리실을 통해'문을 닫고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안내 방송을 했지만 일부 주민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명시된 유독물의 보관, 저장, 운반, 사용 등 관리기준은 그 대상을 사업장과 사업자로 한정하고 있고, 신분증만 있으면 시중에서 소량의 불산을 구매하는 데 아무 제약이 없는 등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 화장실 청소용으로 염산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었던 것처럼 불산도 마찬가지"라며 "가정에서의 불산 사용에 대한 규정이 명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법을 근거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