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핵은 화학무기보다 훨씬 중대한 사안"이라며 핵과 화학무기의 분리대응 원칙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방영된 ABC방송 시사프로그램 '디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군사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란 핵은 화학무기보다 큰 이슈이자 위협이며, 미국의 핵심 이익에 보다 가까운 문제"라고 말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이 윤리적 문제에 가깝다면 이란 핵은 양보할 수 없는 미국의 국가 이익이란 얘기다. 오바마가 이날 북한 핵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사안의 성격상 이란 핵의 대응 원칙이 북핵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이날 발언은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세계 주요 현안의 개입을 기피하는 고립주의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오바마는 "이란인들은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란도 공격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선 안된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들은 시리아 사태에서 외교적으로 의견이 충돌해도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오바마는 그러면서 "신뢰할 만한 무력의 위협과 확고한 외교적 노력을 병행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압박과 협상 전략의 병행 의사를 밝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난 뒤 "시리아 해법이 이란 핵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입장 약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변국들의 우려를 일축했다.
오바마는 시리아 해법이 이란 핵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하산 로하니 신임 이란 대통령과 서신을 교환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란이 핵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둘이 교환한 편지는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정상 간에 처음으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발 더 나아가 두 정상이 17일 개막하는 유엔총회에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으로 복도에서 만나는 방식으로 대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관리들은 양국 정상 회담에 회의적이지만 어떤 경우의 만남이 되든 11년째 공전하고 있는 이란 핵 문제가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협상 국면으로 전개될 분위기가 조성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오바마는 "로하니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있겠지만 갑작스럽게 문제가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바마는 시리아 사태의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올바른 결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군사 개입에서 협상으로 행보를 수정한 자신에게 가해지는 워싱턴 정가의 비판에 대해 "워싱턴은 겉모양(스타일)에 점수 부여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라크 전쟁(결정)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지금은 냉전시대가 아니며 미국과 러시아가 경쟁하지도 않는다"며 협력에 방점을 두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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