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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 치안센터 SOS 전화가 먹통·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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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 치안센터 SOS 전화가 먹통·불통

입력
2013.09.1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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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윤모(29)씨는 12일 오후 11시20분쯤 서울 중구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앞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안 좋은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된 윤씨는 가까운 북창 치안센터를 찾았다. '순찰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고, 근무자는 보이지 않았다. 마침 'SOS 민원신고전화'(긴급전화ㆍ사진)라고 적힌 노란색 박스가 눈에 띄었다. 번호 키패드 없이 수화기만 설치된 긴급전화에는 "수화기를 들면 5초 후 자동으로 경찰관과 연결된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윤씨는 수화기 너머로 어떤 신호음도 듣지 못했다. 박스에 적힌 민원 담당자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을 땐 "지금은 퇴근했으니 파출소로 직접 연락하라"는 대답뿐이었다.

경찰 치안센터에 설치된 긴급전화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가 15일 종로 신촌 홍대 용산 목동 등 서울 주요 거점 치안센터 7곳에 설치된 긴급전화의 작동 여부를 확인한 결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곳은 단 3군데에 불과했다. 휴대폰 분실, 방전 등 통신수단 없이 급박한 상황에 놓인 민원인이 긴급전화만 믿었다간 낭패를 당하기 십상인 셈이다.

특히 북창, 신촌 치안센터는 유흥가 인근이어서 긴급 민원 수요가 높은 지역임에도 긴급전화의 관리가 부실했다. 북창 치안센터의 경우 12일 민원인이 긴급전화의 고장 사실을 알렸지만 관할 파출소는"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실제로는 고장상태였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하다 16일에야 회선이 끊겨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신촌 전철역 근처에 있는 신촌 치안센터의 긴급전화는 통화 중 신호음만 들릴 뿐 파출소와 연결이 되지 않았다. 파출소에 통화 중인 전화기가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연결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관할 파출소는 "장비 결함이 아니라 당시 자살 의심신고로 전화기가 계속 사용 중이었다"고 해명했지만 파출소 일반번호는 연결이 되는 상황에서 긴급전화만 불통이었다.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인근에 위치한 목6 치안센터는 더 황당한 상황이었다. 키패드가 없는 긴급전화이지만 "다이얼이 늦었으니 다시 확인하고 번호를 입력하라"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통화 연결 상태가 양호하지 못해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기 힘든 곳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 193개 전체 치안센터를 대상으로 점검해 이상이 발견되는 즉시 수리하고, 통화 중인 경우를 대비해 복수 회선으로 착신되도록 조치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직원 출퇴근 시 매일 이상 유무를 확인해 정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치안센터는 주간에는 민원 접수, 야간에는 순찰 거점으로 활용되며 2006년 파출소 통폐합을 통해 지구대 단위로 지역 경찰 조직이 확대 개편되면서 사용하지 않는 파출소를 활용해 만들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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