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공군의 차기 전투기(F-X)사업이 이제 마무리 과정에 있다. 1993년 대한민국 공군이 처음 하이급 전투기 120대 도입을 결정한 이후, 2002년과 2008년 F-X 1·2차를 거쳐 현존 동북아 최강 전력의 F-15K 61대가 도입됐다. 이제 나머지 60대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면, 공군의 목표가 20년 만에 이뤄지는 셈이다.
하지만 최종 기종 선정을 앞두고 많은 논란이 답습되고 있다. 현재 사업에 할당된 예산 규모, 동북아 지역 정세와 이웃나라의 전투기 도입 현황, 스텔스 성능 등 F-X 선정에 대한 여러 사항에 대해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F-X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미 기한을 훌쩍 넘긴 우리 공군의 노후 기종 퇴역 시기와 이로 인한 막심한 전력 공백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 사업을 지연하는 것은 공군, 나아가 우리 군 전력과 임무 수행 태세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번 사업의 교체대상은 바로 F-4E 팬텀Ⅱ 전투기들이다. F-4E는 대부분 기체들이 1970년대 도입된 후 4,000시간의 수명을 2배 이상 넘겨 약 40년간 운용되고 있다. 아무리 수명연장작업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면 당장에라도 퇴역시켜야만 한다.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퇴역이 시작된 F-4와 F-5 전투기는 2019년쯤에는 140여대 이상이 전력에서 빠질 예정이다. 우리 기술로 제작한 FA-50 경공격기가 어느 정도 공백을 메우더라도,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제시한 적정 전투기 유지 대수인 430여대에는 100대 이상이 부족하다.
F-X사업은 최초 전력화 시기를 2014년으로 잡고 추진됐지만, 당초 작년으로 예정됐던 기종 인도 시기가 2017년까지 미뤄졌다. 이번에 선택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 2020년까지 전력 누수가 장기화 될 것이라고 공군은 자체 분석하고 있다. 북한 내부 사정이 불안정한 가운데 군의 핵심 전력인 전투기 대수가 20% 이상 부족하다는 점은 결코 간과하기 힘들다.
정부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다면 그간의 선례를 보면 적어도 2~3년의 시간이 걸릴 터이다. 3년 후에는 결국 새로운 대선이 준비되는 시점이고, 이렇게 되면 이 사업은 다음 정부에서 결정해야만 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전투기 태부족에 시달리는 우리 공군에게 그럴만한 시간과 여유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3개 기종이 경쟁했던 입찰 과정에서 미 록히드마틴사의 F-35A와 유로파이터가 중도 탈락하고, 우리 공군의 최정예기인 F-15K의 최신 개량형인 F-15SE만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기종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옳지 못하다고 본다. 이는 우리 공군의 기존전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 된다. 주변국 모두 아직 걸음마단계인 5세대 스텔스 기능보다, 현실적으로 제일 필요한 능력은 전자공격(Electronic Attack) 기능이다. 어떤 기종이든 전자공격이 가능하다면 지금 우리 공군의 타격능력을 완성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모든 후보기종들은 능동전자주사식(AESA) 레이더를 채용해 전자공격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한다.
모든 사업이 그러하듯 F-X 사업도 결국 예산과 시간이 한정돼 있다. 국가를 지키는 사업에서 경제원칙만을 강조할 수는 없지만, 국가의 재정적 바탕 없이 국방력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위험 대비 성과를 충분히 감안한 정부의 정책결정이 합리적으로 내려진다면, 이를 조용히 지지하고 기존의 결정을 보완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우리 국방을 더 강하게 하는 길이다. 지금은 우리 모두 신중하게 정부의 정책결정을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