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이 지난해 대선 직전 TV 개그 프로그램과 관련한 인터넷 댓글까지 모니터링 해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심리전단의 '주요 커뮤니티 활동 보고서'에 2012년 12월 14일 KBS 개그콘서트와 관련한 (인터넷 게시판)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글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는 개그맨 정태호가 '다음 대통령은 누구냐'는 물음에 'ㅁ'(문재인 후보를 뜻함)이라고 답하려는 듯한 입 모양을 하는 것을 봤다는 방청객의 사연이 들어있다. 당시 정씨는 선거 관련 개그로 논란을 일으켰었다.
검찰은 이날 증인으로 나온 이종복 전 국정원 심리전단 기획관에게 보고서를 제시하며 "북한 관련 안보 이슈에 적법하게 대응했다고 주장하는데, 개콘이 안보와 무슨 상관인가"라고 추궁했다.이 전 기획관은 "이런 형식의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참고용 같다"며 "개그맨의 대선 관련 발언은 안보 이슈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기획관은 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리는 자리가 아니었으며 사이버 활동 이외에 밝힐 수 없는 다른 일을 했다"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기획관이 어떤 자린데 다 모른다고만 하니 직무유기 아니냐"고 따졌지만 여전히 "모른다"는 답변이 되풀이되자 증인신문을 끝냈다. 다음 재판은 23일 열린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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