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0일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할 196명의 대상자 명단이 최종 확정됐다.
통일부는 16일 "남북 적십자사가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남측 96명, 북측 100명의 상봉 대상 명단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남측은 뒤늦게 상봉을 원치 않거나 건강상 이유로 상봉이 불발된 대상자가 나와 당초 계획된 100명보다 적은 96명으로 확정됐다.
상봉 대상임을 통보 받은 이산가족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 측 최고령자인 김성윤(95ㆍ여)씨는 북측 여동생인 석려(80)씨를 만날 예정이다. 김씨의 아들인 고정삼(66)씨는 "평소 북쪽 가족에 대해 말씀을 안하시던 어머니가 상봉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했다"며 "내복, 티셔츠, 시계 등 선물도 벌써 준비했다"고 말했다.
허경옥(85ㆍ여)씨는 1ㆍ4 후퇴 때 아들 하나를 업고 북쪽을 벗어나는데 성공했지만, 당시 친정에 살고 있는 동생들은 남겨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동생 4명 중에 2명은 이미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허씨는 "몰래 도망치느라 인사도 제대로 나눌 겨를이 없었다. 무슨 선물을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손기호(90)씨는 북에 두고 온 자식과 60년 만에 해후한다. 손씨는 "전쟁 통에 탈출만 3번을 시도하다 보니 세 살짜리 딸은 (북쪽 부인의) 친정에 맡기고 와야 했다"며 "환갑이 훌쩍 넘은 딸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황해도 황주가 고향인 김세린(84)씨는 "3일이면 다시 갈 줄 알았는데, 벌써 60년이 흘렀다"고 했다. 전쟁 당시 중학교 교사였던 김씨는 청년단 활동을 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왔다 가족들과 생이별했다. 이번에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둘째 여동생과 만나는 그는 "이제야 부모님께 죄를 갚고 평생의 한을 풀 것 같다"고 감격해 했다.
이번 행사에서 90세 이상 남측 대상자는 28명으로 나타나 2010년 상봉(21명)과 비교해 고령화가 한층 진척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북측 최고령자는 권응렬(87)씨 외 2명으로 90세 이상이 한 명도 없었다. 남측 상봉인원은 25~27일 재북 가족을, 북측 방문단은 28~30일 재남 가족을 각각 금강산에서 만난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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