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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훈의 Dr. 논술] 문제점 인식과 핵심 주장은 명확하나 단락 간 연계 매끄럽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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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훈의 Dr. 논술] 문제점 인식과 핵심 주장은 명확하나 단락 간 연계 매끄럽지 못해

입력
2013.09.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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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설득하는 좋은 글은 갖추어야 할 조건이 몇 가지 있다. 형식적인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각각 몇 가지를 요구한다. 내용적인 면에서는 우선 쟁점의 분명함이다. 둘째는 근거의 충실함이다. 셋째로 근거와 주장 사이의 논리적 연계성이다. 그리고 형식적인 측면은 형식논리의 적합성과 어법 및 표현 등의 적절함을 따져보는 것이다.

김다연 학생 글의 전체 구성을 살펴보자. 1단락에서 상황인식을 하고 있다. 다문화사회가 열리고 있는 우리사회의 모습을 언급한다. 2단락에서는 부연설명이다. 상황에 대한 부연설명으로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한다. 3단락에서도 부연설명이다. 다문화가정의 어려움은 국가적 손실을 낳는다고 문제인식을 하고 있다. 4단락은 주장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5단락은 문제제기다. 우수한 인재로서의 가능성이 있는 다문화가족 자녀에 대한 시각변화를 요구한다. 6단락은 주장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분담을 강조한다. 7단락은 개인들의 인식개선을 언급한다.

전체적으로 '상황인식-문제제기-핵심주장'으로 이어지는 글의 연계가 매끄럽지 못하다. 한 단락 내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 하기에 글의 구성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 글을 구성할 때 치밀한 개요작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충실한 개요작성이 선행된 후에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논술글이 가능하다.

이제 내용적인 측면에서 김다연 학생의 글을 보겠다. 이 글은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는 상황 하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첫째로 쟁점의 분명함을 살펴본다. 담론의 주제라고도 하는 쟁점은 보통의 경우 '문제의식-핵심주장'이라는 연결 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의식은 명백히 드러나 있기도 하고 주장 속에 숨겨져 있기도 하다. 다행히 이 글에는 다문화가정과 다문화가정 학생의 증가에 따른 많은 문제점 발생이라는 상황인식이 나타나 있다. 더불어 개인들의 인식개선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분담이라는 핵심주장도 분명하다.

그런데 큰 줄거리를 구성하는 시각에서의 쟁점 일관성에 못지않게 개개 단락에서의 쟁점의 분명함도 필요하다. 즉 하나의 단락에서는 하나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김다연 학생의 글은 다소 서투르다. 5단락에서 앞 문장은 다문화가정 자녀의 성장가능성을 말하고 있지만 뒷문장에서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열린 시각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성장가능성과 열린 시각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감이 있다. 이 둘을 한 단락 내에서 동시에 언급하기에는 연결성이 부족하다.

둘째로 근거의 충실함이다. 글로벌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4단락에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에 대한 열린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숨은 주장이 5단락에 있다. 그런데 왜 다문화가정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지에 대한 논의나 어째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한지에 대한 당위성을 분명히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당연한 것이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주장 글은 독자의 설득이라는 명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주장에는 이유 혹은 근거라는 내용을 반드시 담고 있어야 한다. 근거와 더불어 주장을 전개하는 논리연습이 필요하다.

셋째로 근거와 주장 사이의 연계성을 살펴본다. 4단락에서 다문화가정이 생기는 이유로 사회나 국가간의 갈등을 지목하고 있다. 독도문제나 위안부문제가 언급되면 해당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설명은 한국-일본간의 다문화가정에나 적용되는 제한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동남아시아 출신 부모를 둔 많은 아이들의 경우를 설명하기에는 많이 미흡하다. 게다가 표현도 다문화가정이 생기는 이유가 아닌 다문화가정 내 아이들의 혼란 혹은 고통의 원인이라고 바꾸어야 설득력이 있다.

하이퍼 논술학원장ㆍ서강대 법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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