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그런 약이 있을 리 만무하고요. 절대 사지 맙시다." 12일 오후 서울 구의 2동 소능경로당. 평소보다 많은 30여명의 노인들이 특별한 강의를 듣기 위해 70㎡(약 20평)짜리 방을 가득 채웠다. 노인들은 말쑥한 정장 차림의 이혜우(73)씨 말 한마디마다 눈을 반짝이며 연신 "옳거니" 무릎을 쳤다. 이씨는 "장사꾼들은 약 하나로 모든 병이 다 나을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게 다 노인들한테 물건을 팔기 위한 거짓말이에요"라고 콕 집어 이야기했다.
이씨는 광진구 시니어감시단으로 노인들이 '떴다방'에서 식품을 의약품으로 속아 강매 당하지 않도록 하는 강의 중이다. 이 같은 떴다방 피해 예방, 감시 활동이 벌써 3년째다. 떴다방 사기는 신제품 홍보체험장을 가장해 사은품을 준다고 유인, 물건을 강매하거나 식품을 고가에 파는 등 노인들을 속이는 상술을 말한다. 2인 1조로 4명이 활동하는 광진구 시니어감시단은 구내 94개 노인정, 노인종합복지관을 매달 두세 번씩 순회한다. 서울시 25개 구에는 이처럼 2개조씩 시니어감시단이 활동 중이다.
고집 센 노인들은 자식들 말도 잘 안 듣는 경우가 많지만 자기 또래인 감시단의 말에는 귀를 기울인다. 감시단원 도상목(78)씨는 "노인들은 건강문제에 예민해 상술인 줄 알면서도 자꾸 속는다"며 "노인들의 심리는 노인들이 가장 잘 아니 젊은이들보다 우리들의 설명이 훨씬 설득력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혜우씨는 "나도 4년 전 비싼 게 껍데기 가루를 샀었다"며 "머리로는 안 산다 해도 장사꾼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를 듣던 조모(76)씨는 "할아버지가 말을 재미있게 잘한다"며 "감시단이 방문하면서 우리 경로당 노인들의 떴다방 피해가 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도씨는 "처음에는 우리를 잡상인으로 알고 경로당에 들여보내주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어딜 가나 반겨준다"고 말했다.
감시단원들은 떴다방 피해를 당하면 반드시 신고하라고 강조했다. 도씨는 "노인들은 피해를 입어도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두려워 신고를 잘 하지 않는다"며 "피해사례 10건 중 신고되는 건 고작 1건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신고를 해야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속아서 샀다고 해도 14일 안에 청약철회통지서를 작성해 판매자에게 보내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포장을 뜯으면 환불이 어려울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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