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의 대표적인 패션디자이너인 박동준(62)씨가 41년 패션인생을 접고 본격적인 예술경영자로 인생 2막을 연다. 패션디자이너로 살아온 41년은 평소 자신에게 엄격하기로 유명한 그에게 디자인 완성도면에서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경지에 올랐다는 자부심을 선사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병행 운영해온 갤러리는 그렇지 못했다. 두 가지 일을 감당하기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에너지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나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이기에 올 7월 과감히 패션매장과 공장을 정리했다. 갤러리 경영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기존 갤러리 규모보다 3배 이상이나 확장, 27일에는 대구 최고 규모 및 수준의 갤러리로 재오픈한다. 패션디자이너에서 예술경영자로 방향을 선회한 그를 만나 배경, 향후 계획,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삶 등을 들어봤다.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갤러리 경영자로의 선회, 쉽지 않은 결정인데.
"패션디자이너로서는 한 점 후회 없이 정말 열심을 다해 살아왔다. 그렇기에 아쉬움은 없다. 미술을 워낙 사랑하다 보니 갤러리에 매진하고픈 마음이 점점 커졌고, 두 가지 일 중 하나를 정리해야 할 시점에서 갤러리를 선택한 것이다. 이제 두 가지 일을 다 잘해내기에는 에너지가 딸리는 나이 아닌가. 솔직히 갤러리 경영이라는 것이 워낙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보니 주변에서 만류 또는 걱정하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가 더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직 사회적으로 대중화되지 않은 미술을 시민들이 친숙하게 느끼게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
-갤러리 경영과 관련 구체적인 계획을 들려달라.
"패션매장과 갤러리가 입점해있는 6층 건물을 한 개 층만 빼고 모두 갤러리로 운영한다. 3개 층은 전시공간, 2개 층은 갤러리 부대시설이다. 특히 1층 갤러리 공간은 서울 유명 갤러리 어디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멋진 공간이 될 것이다. 전망과 접근성 등에서 이만한 문화명소도 드물 것이라 자부한다."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매장과 공장을 없앴을 뿐이지 난 언제나 패션디자이너다. 지역의 오뜨꾸뛰르(고급 맞춤복) 명맥이 끊어질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은데, 대학에서 후진양성을 위해 강의도 하고 있고 재능 있는 신진 디자이너도 많다. 또 기회가 되는대로 에코디자인 등 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디자인 작업은 꾸준히 할 것이고, 직접 디자인한 패션소품 등 아트상품도 갤러리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후일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좀더 좋은 사회, 문화적으로 보다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 남고 싶다. 이번에 패션매장을 갤러리로 바꾸겠다고 하니까 임대하면 편하게 살 건데 뭐 하러 사서 고생이냐고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돈 벌려고 했으면 패션매장 아예 안 접었다. 이젠 가치 있는 일을 위해 아름답게 살다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 더욱 분발하겠다."
-패션디자이너 박동준을 사랑했던 이들에게 한마디.
"박동준 패션을 사랑했던 분들께 너무 감사 드린다.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감사할 것 같다. 지금껏 받은 사랑, 이제 사회에 되돌려드리고 싶다.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달라."
● 약력
계명대 영문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의류학과 박사 수료
세계패션그룹 한국지부 회장
대구 전문직여성연맹(BPW)회장
계명대 패션대학 대학원 겸임교수
아름다운 가게 대구ㆍ경북 대표
이상화 기념사업회장
갤러리분도, 피엔비아트 대표
이현주기자 lare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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