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 회담의 형식을 두고 청와대와 야당은 핑퐁게임을 거듭하며 막판까지 기싸움을 벌였다.
청와대는 15일 민주당에 '선 순방보고 후 3자 회담'을 제안했다. 해외순방 결과에 대한 귀국 보고를 30분간 먼저 한 뒤 3자 회담을 1시간 가량 열자는 것이다. 장소는 국회 본청 옆 의원동산에 위치한 한옥 '사랑재'가 낙점됐다. 국회 안 귀빈식당도 거론됐으나 경호문제로 청와대가 사랑재를 더 선호했다고 한다. 사랑재는 국내외 외빈 접견 장소로 활용돼온 공간이다.
귀국보고 자리에는 박 대통령과 강창희 국회의장, 이병석(새누리당), 박병석(민주당)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후 의장단 일행이 자연스레 빠지고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사랑재로 이동해 비공개 회담을 갖게 된다. 이 자리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여야 대표 비서실장이 배석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청와대가 회담 의제 등 내용 조율에 대해서는 무반응으로 일관하면서 형식과 관련해서는 "윗분의 지침"이라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게 대화 상대에 대한 예의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청와대에서 셔츠와 면바지로 노숙 투쟁 중인 김한길 대표에게 양복에 넥타이 정장 차림을 주문하자 "학생 복장 지적하는 교장 선생님이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노웅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회담 제안에서부터 진행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일방통행식 불통과 비정상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은 '선 3자 회담 후 귀국보고', 회담 시간 연장 및 회담 전 과정 TV 생중계 등을 순차적으로 역제안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TV 생중계와 관련 "청와대가 투명하게 회담을 진행하자고 한만큼 생중계 또는 녹화방송으로 전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청와대 측은 "청와대와 여야 대표 비서실장이 배석해 회담 내용을 제한 없이 다 공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TV 생중계 제안을 거부했다. 또 3자 회담 시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선 순방보고 후 3자 회담'을 고수했고, 드레스코드 지정 논란과 관련해서도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민주당 김관영 대변인은 "노숙자 차림이라 해서 청와대에서 회담을 거부하진 않겠지만 대통령에 대한 예의도 있는 만큼 김 대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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