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조선일보가 '혼외 아들' 의혹을 첫 보도한 직후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을 직접 만나 의혹을 부인하는 등 청와대 및 법무부와 여러 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청와대와 법무부가 이번 사태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과 달리 여러 경로를 통해 채 총장에게 사퇴를 유도하는 압박을 해 왔으며, 채 총장이 직접 나서 진화를 시도했다는 얘기여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치권과 검찰에 따르면 채 총장은 조선일보의 첫 보도가 난 뒤 이틀 지난 8일쯤 홍 수석을 만나 보도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전달했다. 당시는 청와대가 이미 자체 공직기강 감찰에 착수한 이후였고, 이 사실을 접한 채 총장이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유전자 검사와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내겠으니 믿고 기다려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홍 수석이 이 자리에서는 채 총장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격려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사법연수원 8기로 채 총장(14기)의 여섯 기수 선배다.
그러나 청와대는 채 총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법무부에 감찰 지시를 내렸고, 황교안 장관 등 법무부 관계자들이 이를 채 총장에게 전달하며 "자진해서 감찰을 받겠다고 공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러 차례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고위 관계자는 "총장이 사퇴한 지난 13일 오전에도 법무부에서 전화가 왔지만 채 총장이 (감찰 수용을)거부하자 법무부가 청와대와 협의해 감찰 착수를 언론에 공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황 장관은 물론이고 홍 수석이 직접 나서 채 총장을 압박해 왔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황교안 책임론'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황 장관이 청와대의 뜻에 동조해 총장을 압박했으면서도 "독자적 결정"이라고 발표하는 등 청와대의 방패막이 역할을 자처했다는 비판이다. 지난 14일 김윤상 대검 감찰과장과 박은재 대검 국제ㆍ미래기획단장이 검찰 내부게시판에서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 "장관이 총장 감찰 지시라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을 비롯해 황 장관에 대한 비난 여론과 퇴진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법무부는 "청와대의 사표 수리 시점까지는 감찰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검찰 내 반발 기류를 오히려 확산시키고 있다. 검찰은 법무부가 의혹의 진상 규명을 명분 삼아 황 장관 등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채 총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 "사표수리를 하지 않았다. 진실규명이 우선"이라며 "진실이 규명되면 깨끗이 해결되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도 진실규명을 빨리 하라는 뜻을 갖고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 사안으로 검찰의 중립성 훼손 시비가 일고 있는 데 대해 "이 문제는 공직자 윤리의 문제지 검찰의 독립성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 수석의 이 같은 발언은 채 총장 사의표명 과정에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과 함께 일선 검찰의 반발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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