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4일 자체 개발한 신형 고체연료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이로써 미국, 유럽, 러시아 등에 이어 상업용 위성로켓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조를 위한 향상된 군사 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도 있어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이날 오후 2시 가고시마(鹿兒島)현 기모쓰키(肝付) 소재 우치노우라 우주공간관측소 발사대에서 신형 고체연료 로켓 엡실론 1호기를 발사했다. 엡실론에 실려있던 태양계 행성 관측용 위성 스프린트A는 1시간 뒤 우주 궤도에 진입했다. JAXA는 지난달 22, 27일 두 차례 발사를 시도했으나 로켓 동체 자세 불량 등으로 발사를 연기했다가 이날 발사에 성공했다. 일본의 고체연료 로켓 발사는 2006년 9월 이후 7년 만이다. 일본은 1969년 우주 개발을 평화 목적에 한정한다는 내용의 우주기본법을 제정했다가 2008년 평화 목적에 한정한다는 문장을 삭제하고 로켓을 상업ㆍ군사 용도로 개발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엡실론은 상업ㆍ군사 용도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 사실상 최초의 로켓이다.
JAXA는 엡실론을 앞세워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소형 위성 발사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엡실론의 발사 비용을 이전 모델인 M5의 절반 수준인 30억엔(330억원 가량)으로 줄였다. 발사 비용을 20억엔대로 낮추면 유럽우주기구의 베가, 러시아의 로코트 등과도 경쟁할 만하다는 게 일본의 생각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향후 성장 전략의 하나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엡실론이 일본의 군사력을 증강시킬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고체연료는 취급이 쉽고 신속하게 쏘아 올릴 수 있어 유사시 정보 수집 위성 발사에 적합하다. 엡실론이 액체연료 로켓 H2A와 함께 일본의 ‘기간 로켓’으로 선정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아사히 신문은 “ICBM과 기술이 같은 고체연료 로켓은 언제든 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어 잠재적인 억지력을 보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고체연료 로켓은 군사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없는 한 잠재적인 억지력을 갖는데 그친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주변 국가들은 이 로켓의 군사적 전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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