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5일 3자 회담 참석 의사를 밝히기까지 장고(長考)를 거듭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가 민주당이 요구해 온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진상 규명과 맞물려 있어 채 총장 사퇴에 대한 입장 정리 없이 회담에 응하는 것은 국정원 개혁 이슈까지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내에서는 회담 참석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격돌했다.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잇따라 열린 중진의원 오찬간담회에서는 찬반이 반반으로 갈렸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채 총장 사퇴가 회담 의제로 연결돼야 하는데 청와대는 언론이 제기한 개인적(혼외아들) 의혹으로 물타기 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정원의 정치개입에 대한 대통령의 유감 표명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회의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만나자고 요구해 놓고 이제 와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명분 싸움에서 밀리는 만큼 만나서 할 말을 다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중진의원 오찬간담회에서도 한 참석자가 “회담 참석이 채 총장 사퇴를 희석시킬 수 있다”며 “(검찰총장 감찰을 지시한) 법무장관 해임 때까지 회담을 유보해야 한다”고 회담 연기론을 제시한 반면 다른 참석자는 “우리가 회담을 요구해 놓고 안 만날 수 없지 않느냐”며 “대통령과 만나 우리 의견을 분명히 전하고 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리는 가운데 김 대표는 결국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참석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지난 13일 회담을 수용한 마당에 이제 와서 대화 테이블을 걷어찰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측면이 크다. 또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모양새가 추석 민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회담의 주요 의제는 국정원 등 국가권력기관의 정치개입 폐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찰총장 사퇴 문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밝힌 것은 당내 강경론자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회담이 결렬되거나 김 대표가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를 대비한 경고용 사전포석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결단에도 불구하고 회담 성과에 대한 회의론은 여전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과 채 총장 사퇴를 바라보는 인식 차이가 현격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원론적 답변만 듣고 올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일단 회담에는 참석하되, 성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경우 김 대표가 결렬 선언을 하고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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