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개성공단 출입문이 다시 열린다. 166일만의 조업이다. 하지만 입주기업들은 바이어 복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5개월간 발생한 피해에 대해선 실질적 보상을 받을 길이 전혀 없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와 시설관리자 등 821명은 이날 오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개성으로 들어간다. 설비점검 기간 동안 출ㆍ입경 시간을 한 차례로 제한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오전 9시, 10시, 10시 40분 등 입경시간을 세 차례로 나누어 자유롭게 신청했다. 개성으로 들어간 인력은 오후 4~5시쯤 공단에서 나올 예정이지만, 일부는 1박을 하고 17일 돌아올 계획이다.
하지만 조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과는 별도로, 입주기업들은 공단폐쇄로 인해 발생한 조(兆) 단위에 달하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관계자는 15일 "입주기업들의 피해액을 마지막으로 추산한 금액이 6월21일 현재 1조2,000억원이었다"며 "그 후로도 3개월 가까이 흘렀기 때문에 피해액은 2~3조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입주기업들이 받은 지원금은 한국수출입은행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경영안정자금 대출 695억원이 전부다. 2%대 저금리 대출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갚아야 할 돈이기 때문에 피해보상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남북간에 합의된 2013년분 세금면제 역시 실제론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어차피 올해에는 공단폐쇄로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납부해야 할 세금도 거의 없다"며 "합의 정신은 고맙지만 실질적 피해보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기업들은 유일한 피해보상금이었던 남북경협보험금마저 돌려줘야 할 처지다. 경협보험을 운영하는 수출입은행은 지난 12일 보험금을 지원받은 46개 입주기업들에게 다음달 15일까지 이 돈을 반납하라고 통보했다. 금액은 1,485억원에 달하는데, 현행 규정상 기업들이 보험금을 반납하지 않을 경우 연체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 한달 이내 연체하면 3%이지만, 1~3개월 연체 때는 6%, 연체가 3개월을 넘어가면 9%의 고리를 내야 한다.
이에 입주기업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피해를 보상해주는 게 보험인데 공단이 재개된다고 받은 돈을 다시 내놓으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 측은 "보험금을 받았으면 은행으로 공장소유권이 넘어와야 하는데 공단재개로 기업들이 소유권을 계속 갖게 된 만큼 보험금은 반납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5개월이나 공장이 멈추고 거래선도 끊어졌는데 지원받은 보험금이 남을 리 있겠는가"라며 "입주기업들은 실질적 보상은 전혀 받지 못하고 피해만 떠안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입주기업협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수출입은행 측에 최소한 반납 기일이라도 연장해줄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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