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의 이례적인 검찰총장 감찰 지시와 검찰총장의 석연찮은 사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배후에 청와대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검찰 일부에서는 황교안 법무장관의 동반사퇴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혼외 아들' 보도에서 채동욱 총장의 사퇴까지 일련의 과정이 권력의 작품이라는 정황이 점점 짙어지는 것은 여러모로 걱정스럽다. 지난 주부터 청와대가 채 총장에게 물러나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기정사실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민정수석실에서 대검에 "혼외 아들의 혈액형을 확인했으니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보도됐다. 청와대가 황 장관에게 감찰을 지시했고 황 장관이 직접 채 총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말도 돌고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어느 정도는 개입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황 장관이 감찰 지시를 내리기 10분 전에야 외부 행사를 갑자기 취소했다는 것만 봐도 그런 의문이 든다.
만일 청와대 관여가 사실이라면 이는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검찰권을 훼손한 중대한 사안으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채 총장 취임 후 정치적 중립 행보를 보여왔던 검찰이 다시 '정치 검찰'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는 개입의 실상을 명확히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어제 청와대 측이 개입 여부는 밝히지 않고 "법무부의 감찰은 조속한 진실규명을 위해 당연한 조치"라는 식으로 언급한 것은 의구심만 증폭시킨다. 문제의 발단인 '혼외 아들'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면 감찰보다 소송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채 총장이 유전자 검사까지 자청한 마당이어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다. 청와대가 채 총장 사태 파문에 개입했는지, 했다면 어느 선까지인지,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채 총장 사퇴 이후 일선 검찰의 격앙된 분위기는 우려를 자아낸다. 대검 감찰과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대검 미래기획단장도 강한 어조로 법무부 결정을 비판했다. 서부지검 평검사들이 모임을 가진 데 이어 다른 지역에서도 평검사 회의를 개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검찰을 외풍에서 보호하기는커녕 사지로 내몬 황 장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검찰은 이번 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검찰을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청와대는 진상을 있는 그대로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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