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명 "지금이 구입 적기"전세보증금 정도 있다면 서울 강북권이나 용인·광명 여력 충분하면 강남 재건축·과천● 2명 "분양시장을 노려라"집값 많이 떨어지지 않아 주변 시세보다 싼 곳 분양 권해● 1명 "몇년간 더 관망해야"수도권, 지방보다 2.5배 비싸 조정기간 아직 2, 3년 더 거쳐야
"실수요자라면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의 중소형 주택 구입에 나서라."
부동산전문가 10명을 상대로 15일 '지금이 집을 구매할 적기인가'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8명이 이처럼 응답했다. '8ㆍ28 전월세 대책' 이후 서울 강남 재건축 호가가 높아지고, 신규 분양 아파트 견본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등 부동산 시장 상황이 바뀌고 있다는 인식을 전문가들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15일 부동산114나 부동산써브 등의 시황조사 결과는 모두 전국과 서울, 수도권 매매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 조사도 8ㆍ28 대책 전주인 8월 셋째 주 주간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0.9%로 상승 전환한 이후 상승폭이 확대돼 9월 첫째 주에는 24.1%나 급증했다.
본보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중 8명이 지금이 집을 구입할 시기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아직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 회복보다는 신규 아파트나 중소형 등 특정 분야의 회복을 점치는 경우가 많았다.
집 구입을 권하지 않은 전문가 두 명 중 한 명은 '2016년까지는 집을 살 시기가 오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한 명은 '주택시장이 바닥에 접근했으나, 구입 시기 판단은 개인의 몫'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연구소장이 전문가 중 가장 적극적으로 집 구매에 나설 것을 권했다. 김 소장은 "과거의 예를 볼 때 전국적으로 집값 대비 전세가율이 60%가 넘으면 집값이 상승했는데 이미 수도권 일부는 80%에 도달했으며, 급매물 거래가 활발해지는 등 여러 가지 시장 신호가 지금이 주택 구입 적기라는 걸 알려 주고 있다"며 "구매여력이 있음에도 수년간 부동산 침체 때문에 집 구입을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이 나서기 시작한다면 주택구매시장이 빠르게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 구입의 적기라고 응답한 전문가 중 6명은 "생애최초주택구입 대상자라면 올해 안으로 집을 사야 한다"고 권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 취득세 전액 감면과 대출금리 인하, 양도세 감면 등 혜택이 많아 전세보증금 정도의 돈이 있으면 중소형 주택을 구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집을 구매할 만한 동네로는 서울 강북권이나 경기 용인시나 광명시 중 전세가율이 높은 곳, 강남 재건축을 추천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실수요자는 집값이 많이 떨어진 용인을, 투자 여력이 충분하면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나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과천이 고려해볼 대상지"라고 말했다.
기존 주택구입보다 신규 분양 아파트를 추천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주택을 구입하기 보다는 보금자리주택이나 주변 시세보다 10% 정도 싼 분양가상한제 신규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했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는 현재의 주택시장 회복 조짐이 본격적으로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국회의 신속한 관련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8ㆍ28 대책으로 주택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취득세 영구감면 등 국회의 조속한 법안 통과가 이뤄져야 실질적으로 거래 활성화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수도권 지역의 집값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문가도 있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02년 수도권과 비수도권 집값의 격차는 2배였는데, 부동산 침체가 이어졌음에도 현재 격차는 2.5배로 여전히 수도권 집값에는 거품이 남아있다"며 "앞으로 2, 3년 더 조정기를 거쳐야 바닥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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