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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치던 음반산업… 아이돌이 힘 불어넣어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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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치던 음반산업… 아이돌이 힘 불어넣어 주나

입력
2013.09.1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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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조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정규 1집이 발매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70만장을 기록했다. 동방신기도 소녀시대도 이루지 못한 일을 겨우 2년차 신인 그룹이 해낸 것이다. 한 앨범이 70만장 이상 팔린 건 2003년 브라운 아이즈 2집 이후 10년 만이다. 최근 YG엔터테인먼트는 13일 발매된 소속 가수 지드래곤 2집의 예약 주문량이 30만장을 넘었다고 밝혔다. 앨범이 10만장 이상 팔리기도 힘든 시대에 이례적인 일이다.

CD를 사는 사람이 외계인 취급을 받는 요즘 거짓말 같은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비단 특정 가수들에 한정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가요 음반 판매량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온ㆍ오프라인 소매상의 음반 판매량을 집계하는 한터차트가 2008년부터 매년 상위 100위 음반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2010년 219만장으로 바닥을 찍은 뒤 2011년 291만장, 2012년 385만장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8월까지만으로도 300만장이 넘었다.

침체돼 있던 음반 시장이 다시 활개를 펴는 걸까. 하지만 팝과 클래식 분야로 확대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2008년 70만장 이상 팔렸던 팝 음반은 2010년 30만장 수준으로 떨어진 이후 반등하지 못하고 있으며, 2009년만 해도 30만 장이 넘었던 클래식 음반은 최근 10만장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가요 음반 시장을 주도하는 주인공은 90% 이상이 아이돌 가수다. 올해 8월까지 한터차트 음반 판매량 상위 50위 중 아이돌이 아닌 가수는 조용필(1위)과 버스커 버스커(46위)뿐이다. 김진우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수석연구위원은 "음반 판매 증가는 아이돌 그룹의 팬덤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팬클럽 규모와 판매량이 일정 정도 비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반기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였던 씨스타, 에일리, 배치기, 포맨, 다비치의 앨범은 판매량이 그리 많지 않다. 대중적 인기에 비해 팬덤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엑소는 신인 그룹이지만 한국과 중국 멤버가 섞여 있어 국내외에서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정규 1집이 기록한 70만장의 판매고도 한국어ㆍ중국어 버전과 두 버전의 리패키지(수록곡을 추가하고 앨범 디자인을 바꿔 만든 음반)까지 4종의 판매량을 모두 더한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CD가 음원 저장 매체라기보다 소장품 성격이 강해졌다"고 했다. 최근 아이돌 가수의 CD가 화보집의 부록처럼 바뀐 건 이 때문이다. 같은 앨범이 여러 커버로 발매되는 일이 부쩍 늘었고, CD 패키지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A 가요기획사 임원은 "CD에 따라 제작비가 20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도 있고, 순수 음반 패키지 제작 비용만 개당 1만원이 넘는 앨범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음반의 상품성에 공을 들이는 건 음원 판매가 늘어도 수익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기형적 산업 구조에서 나온 자구책이다. 그러나 별다른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포장만 달리 해서 리패키지 앨범을 발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B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새로운 콘텐츠를 전하려 하지 않고 무성의한 상술로만 일관한다면 결국 팬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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