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직 집행하지 않은 사업예산에 대한 지출삭감 작업에 착수했다. 올해 조세 수입이 당초 계획보다 최대 8조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입 부족으로 재정지출을 못하는 '재정절벽' 사태를 막고자 이례적으로 예산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이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각 부처에 우선 순위도가 낮은 사업을 중심으로 세출 절감방안을 마련해 16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기재부는 연말까지 부처별로 미집행 사업예산의 15%, 기본경비의 15%를 깎아 세수 부족에 대비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업예산 규모가 큰 국토교통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 주요 부처 가운데 예산집행이 하반기로 밀린 사업은 일부 타격을 받게 됐다. 중ㆍ소규모 사업예산과 함께 부처의 경비성 예산 축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아울러 사업비가 다음 해로 넘어가거나(이월), 아예 사용하지 못한(불용) 예산액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금액이 해마다 5조~6조원 가량되기 때문에 세수부족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기여건을 고려해 일자리 창출, 투자활성화, 수출증진을 위한 재정투자는 연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포함해 우선적으로 자금배정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지출 삭감이 미세한 경기회복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는 또 기업설비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기금과 정책금융을 활용해 4조~6조원 규모의 기업자금과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8ㆍ28 주택대책에 따른 금리 1%대의 수익·공유형 모기지론 대상을 3,000가구에서 최대 5,000가구로 늘리고,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조성한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를 5,000억~1조원 가량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허리띠 졸라매기'에도 불구하고, 이미 빨간 불이 들어온 정부 재정 건전성 지표는 점점 나빠질 전망이다. 올해 세입예산을 210조원으로 잡았지만 현재 세금이 걷히는 속도로 볼 때 연말까지 7조~8조원 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초 추가경정예산 때 중기재정계획을 통해 내년 5조5,000억원 적자, 2015년 4조8,000억원 적자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지만,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0조~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공약가계부'를 이행하기 위해 재정적자 확대를 감내할 것인지,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해 공약사업을 축소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지금이라도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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