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옹진군 영흥면에 건설된 국내 최대 규모의 국산 풍력발전 단지가 이달 초 전력 생산에 들어갔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앞바다에 국내 처음으로 조성된 해상 풍력발전 실증연구 단지도 지난해 4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여러 신재생 에너지 가운데 풍력은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보급돼온 기술 중 하나다. 설비 국산화와 해상 발전 시도로 국내에서는 어느 때보다 풍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풍력이 정말 '친환경' 에너지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한다는 점에선 환경 친화적이지만, 다른 이유로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물리적 영향은 크게 줄어
풍력 하면 떠오르는 경관은 높은 산에 설치된 거대한 바람개비 모양 발전기다. 발전기의 날개를 바람이 회전시켜 얻어지는 기계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풍력 발전의 핵심 요소는 바람의 세기와 발전기의 규모다. 예를 들어 바람이 세게 불수록, 발전기 날개가 길수록 더 많은 전기가 생산된다. 발전기가 커지고 수도 늘면서 가장 먼저 나온 지적은 자연 경관을 해친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관적인 측면이 큰 만큼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이어 지적된 문제는 발전기의 움직임에 따른 물리적 피해다. 거대한 기둥과 날개의 그림자가 태양의 고도 변화에 따라 주기적, 반복적으로 생기면서 주변 지역 주민이나 가축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경제연구원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풍력 발전기를 주택에서 500m 이상 떨어진 곳에 건설할 경우 그림자가 드리우는 시간은 1년에 10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발전기 날개가 돌아가면서 강한 햇빛이 반사되는 현상(디스코 효과) 역시 빛을 반사하지 않는 특수 도료를 날개에 입히는 방식으로 해결되고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 발전기 날개에 얼음이 생겨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얼음은 보통 발전기 높이의 1.5배 거리까지 날아간다. 발전기를 도로와 주택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짓거나 날개에 가열장치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같은 피해는 대부분 막을 수 있다.
이어 조류에 미치는 영향이 지적됐다. 특히 철새의 이동 경로에 발전기가 들어설 경우 장기적으로 환경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발전기 입지를 선정할 때 인근에 서식하는 조류를 꼭 조사하게 된 이유다. 이 같은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의 민원과 환경단체들의 우려가 계속되자 풍력 발전은 아예 바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는 소리가 문제
해상 풍력발전이 가장 앞선 나라는 덴마크와 영국, 독일이다. 아시아에선 중국이 상하이 앞바다에 가장 먼저 단지를 조성했고, 우리나라가 뒤를 이었다. 제주도 김녕 앞바다에 가동 중인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1년에 약 1,3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바다 위로 거대한 설비들을 옮겨 설치해야 하는 데다 송전을 위해 해저에 특수 케이블을 묻고 육지까지 연결해야 하는 탓에 해상 풍력발전은 발전 단가가 육상의 1.5~2.5배나 높다. 과학자들은 향후 기술력 향상과 단지 대형화가 이어지면 육상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소음과 저주파음이다. 각종 기기가 돌아가고 바람과 마찰이 일어나 발생하는 소음은 발전기 가까이에선 100데시벨(dB)을 넘기도 한다. 지하철이 통과하는 다리 밑이나 비행기가 지나는 활주로에서 약 1km 떨어진 곳의 소리와 비슷한 크기다. 그런데 소음은 거리에 따라 줄어든다. 예를 들어 100dB의 소음이 발전기에서 500m 정도 떨어지면 일상 생활에 크게 방해 받지 않는 40~50dB로 감소한다. 하지만 이 정도 소음이 해양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는 모를 일이다. 고래를 비롯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바다 동물이 입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외국에서도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발전기의 거대한 날개가 서서히 회전할 때는 사람에게 잘 들리지 않는 낮은 주파수 영역(80~250헤르츠(Hz) 이하)의 음파(저주파음)가 발생한다. 파장이 긴 저주파음은 잘 들리는 고주파음에 비해 더 멀리 퍼지고, 장기간에 걸쳐 인체를 비롯한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눈을 자주 깜빡이게 되거나 아드레날린, 도파민 같은 내분비계 물질 분비량, 심장 박동 수 등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풍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적잖이 민원을 제기하는 두통이나 불안 증세가 저주파음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풍력발전의 소음은 규정을 만들어 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주파음은 아직 대부분의 나라에서 뚜렷한 규제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저주파음이 야생이나 해양 동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연구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 제주와 전북, 전남 등에 추가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계획 중인 국내 사정도 매한가지다. 김녕 해상풍력 실증단지 운영에 참여하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장문석 풍력연구실장은 "민가와 떨어진 바다라서 건설 전 소음과 저주파의 영향을 따로 조사하진 않았다"며 "발전기 주변 해양 생물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필요하다면 가동 중 소음이나 저주파를 측정하겠다"고 밝혔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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