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안방극장은 철 지난 한국영화 화제작들이 모이는 작은 '멀티플렉스'다. 올 추석은 긴 연휴만큼 프로그램도 풍성하고 다채롭다. 영화관을 즐겨 찾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때 방송하는 영화만 잘 챙겨봐도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대략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올 한가위 연휴엔 1,000만 흥행 영화 두 편이 맞붙는다. 2012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SBS 20일 밤 11시)과 지난 추석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이병헌 주연의 '광해, 왕이 된 남자'(KBS2 21일 밤 10시 25분)가 연휴 한복판에서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도둑들'은 김윤석 김혜수 전지현 이정재 김수현 등 국내 스타들이 총출동한 영화로 지난해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기록적인 성공을 거뒀다. '마파도'로 유명한 추창민 감독이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와 손잡고 만든 사극 '광해'는 1,231만명을 동원하며 지난해 추석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명절엔 코미디 영화'라는 공식에 맞게 코미디 영화가 대거 편성됐다. 조폭 코미디에 도전한 박신양의 연기 변신이 눈에 띄었던 '박수건달'(SBS 17일 밤 11시 10분), 류승룡의 코믹 연기가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MBC 17일 밤 12시 40분), 가수 겸 배우 엄정화의 매력이 잘 드러난 '댄싱퀸'(KBS2 19일 오후 12시 10분), 차태현 오지호 성동일 고창석 등 화려한 주ㆍ조연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코믹 액션 사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KBS2 20일 오후 12시 10분) 등이 줄을 이어 방송된다.
국제적 음모에 휘말린 북한 비밀요원의 활약상을 그린 '베를린'(MBC 20일 밤 10시 40분)과 남북 탁구 단일팀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코리아'(KBS2 18일 오후 12시 10분)는 북한을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군에 입대한 두 남자배우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영화도 있다. 송중기 이보영 주연의 '늑대소년'(KBS2 20일 밤 11시)과 이제훈 한석규 주연의 '파파로티'(SBS 20일 오전 10시 40분)가 같은 날 전파를 탄다.
흥행에서 쓴맛을 봤던 비운의 영화들도 있다. 강제규 감독과 톱스타 장동건이 1,000만 흥행작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다시 뭉쳐 관심을 모았던 '마이웨이'(MBC 19일 밤 11시 20분)와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완성된 정지훈(비) 주연의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KBS2 18일 밤 11시 10분)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KBS 1TV는 이색적으로 '본' 시리즈 3부작(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을 18일부터 사흘 연속 매일 밤 11시 40분 방송한다. 국가로부터 버림 받은 비밀요원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가며 음모의 실체를 파헤친다는 내용의 시리즈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체코 독일 인도 러시아 모로코 등 촬영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영화들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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