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초록 봉황을 품에 안았다.
군산상고는 1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마산고를 20-4로 꺾었다. 졸업을 앞둔 왼손 에이스 조현명이 7.2이닝 7안타 12삼진 3실점으로 호투했고, 5번 김기운이 5타수 4안타 3타점을 올렸다. 조현명은 타석에서도 7번에 배치돼 6타수 4안타 4타점을 올리는 원맨쇼를 펼치며 대회 최우수선수상(MVP), 우수투수상 2관왕에 올랐다.
군산상고가 봉황대기 정상에 오른 건 17년 만이다. 1982년 12회, 1996년 26회 대회에서 각각 조계현 LG 수석 코치와 정대현(롯데)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다. 40회 대회(2010년)에서는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대구고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에 앞서 교직원과 학부모, 재학생들뿐만 아니라 군산시 공무원, 시민들이 버스 16대를 동원해 열띤 상경 응원전을 펼쳤다. 군산상고는 이에 보답하듯 장단 21안타 화력으로 화끈한 우승 한풀이를 했다.
석수철 군산상고 감독은 2011년 12월 사령탑 부임 이후 2년 만에 모교를 전국대회 정상에 올려 놓는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군산상고는 전북 지역의 전통의 강호이지만 1999년 황금사자기 이후 10년 넘게 무관에 그쳤다. 프로야구 쌍방울 레이더스 출신의 석 감독은 성균관대에서 11년간 코치 생활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짧은 기간에 모교를 강 팀으로 조련했다.
경기는 의외로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13일 준결승에서 봉황대기 최다 우승팀 북일고(5회)를 제압한 마산고는 실책으로 자멸했다. 1회에만 2개의 실책, 9회까지 총 6개의 실책을 저질러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 꿈을 접어야 했다. 왼손 에이스 궁정홍과 오른손 에이스 류재인은 야수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갔다.
군산상고는 1회 선두 타자 이한솔의 볼넷, 상대 선발 궁정홍의 송구 실책으로 무사 1ㆍ2루 찬스를 잡았다. 3번 김경철의 보내기 번트 타구는 3루수 김민수가 1루로 악송구, 가볍게 선취점을 뽑았다. 4번 홍정준이 볼넷을 얻어 무사 만루가 됐고, 5번 김기운이 1타점 짜리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불붙은 타격은 멈출 줄 몰랐다. 2-0으로 앞선 무사 만루에서 6번 이윤후의 3루수 방면 내야 안타, 7번 조현명의 우전 적시타로 3점을 더 달아났다. 계속된 무사 1ㆍ3루에선 8번 이우석의 병살타로 흐름이 끊기는 듯 했지만 9번 김재호의 좌전 적시타, 1번 이한솔의 좌전 안타, 2번 정승주의 몸에 맞는 공, 3번 김경철의 좌전 적시타로 또 3점을 뽑아냈다. 군산상고가 1회초 22분 간의 공격에서 뽑은 점수만 8점.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마산고는 0-12로 뒤진 3회 3점, 3-15로 뒤진 6회 1점을 뽑는데 그쳤다. 10안타 3볼넷을 얻어내고도 득점권 찬스에서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그래도 마산고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끝까지 ‘부산 갈매기’를 부르며 선수단을 응원했다.
석수철 감독은 경기 후 “학교에서 적극 지원을 해줘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마산고와 팀 색깔이 비슷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경기가 잘 풀렸던 것 같다”며 “선수들 모두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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