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영(40) 와락 대표는 정리해고자 이금주씨의 부인이고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엄마다. 그는 2009년 쌍용차 파업사태 이후 쌍용차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쌍용차 가족들의 힘겨운 일상을 챙겨왔고, 2011년 10월 와락이 만들어진 뒤로는 상근자인 해고노동자 부인 4명과 함께 지원사업을 이끌어왔다.
-와락엔 어떤 프로그램이 있고, 얼마나 많은 가족이 참여하고 있나.
"어른들의 개인 상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놀이치료, 역사교육 등 10가지 정도의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참여하는 가구의 수는 다르지만 전체 약 80가구 정도가 와락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와락의 현재 고민은 무엇인가.
"전체 쌍용차 해고자들 중 선도투 30여명과 그 가족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다 보니 희망퇴직자들을 더 지원하지 못하는 게 딜레마다. 선도투 사람들 중에서도 지금보다 더 전폭적인 지원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충분히 돕지 못하고 있다. 희망퇴직자 중 다수의 연락처가 바뀌었고, 회사와 와락에 대한 미련을 끊어버리는 이들도 있다. 이들을 찾는 문제와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와락 2년 동안 느낀 보람은 어떤 거였나.
"희망퇴직자 중에는 와락에서 나눠주는 반찬을 가지러 오는 분이 있는데 항상 아이들 먹을 음료수를 사 들고 오신다. 여기 올 차비와 간식비로도 반찬 값이 충분히 될 텐데 꼭 여기 와서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눈다. 또 이번에 복직한 무급휴직자 중에는 이제 빚진 거 갚겠다며 후원을 시작하신 분도 있다. 이제 시간이 지나 각자가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도 쌍용차 해고 후 힘들었던 사연을 나눌 상대가 없다며 이곳에 와서 따뜻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눌 때 보람을 느낀다."
-와락이 이 사회에 주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쌍용차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해고됐을 때 기사에는 '귀족노조'라며 욕하는 댓글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후 조금씩 사회의 인식이 달라졌다. 와락이 만들어진 것은 (쌍용차)노동자의 문제가 나 자신의 문제일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먹고 살만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도 정리해고를 당하면 다시 정규직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가족까지 심각한 내상을 입는다. 이들을 국가도 사회도 이웃도 보호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와락은 쌍용차 문제가 이미 한 사업장의 문제 그리고 해고자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 사회에 알려왔다고 생각한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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