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문화예술 분야의 전공이나 과정의 양적 증가는 지난 십수년간 비교적 짧은 기간에 비약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는 문화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과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는 과거 문화예술 관련 전공이라 하면 음대, 미대, 무용과, 연극영화과, 사진과 정도로 대별되는 수준에서 이제는 직접 예술창작을 넘어 기획이나 기술, 또는 정책 등 문화 전 분야로 확장되어 그 명칭은 대학에 따라 조금씩 달라도 문화콘텐츠, 문화관광, 문화예술경영, 문화산업 등으로 그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자가 아닌 현장의 전문가도 과감히 교수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필자 역시 그런 경우로 학교에 몸담으며 많은 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보람과 함께 현실의 한계도 많이 느낀다. 특히 문화관련 전공 학생들도 생각보다 예술에 대한 소양과 문화 현장을 직접 접해본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안타까운데, 이는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기회의 부족이나 대학생이 되어서도 높은 비용이나 시간 제약으로 엄두를 못 내거나, 또는 적극적으로 이들이 활용할 만한 현장과 대학의 교류 프로그램 미비에 기인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화경영이나 정책 분야가 애초부터 순수 학문의 영역이라기보다는 현장과의 연계가 깊은 특성을 갖고 있어서 늘 학생들에게 우물 안 개구리식의 학습이나 관념적인 공상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고 항상 적극적이고 다양한 문화현장 체험을 유도한다. 필자가 공부한 영국의 대학원은 이미 20여년전에도 당시 그 분야의 대가인 학장이 수시로 도서관을 돌며 열람실에 파묻혀 있는 학생들을 보면 "Go out and meet people!"(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라)을 외치며 밖으로 내몰던 게 눈에 선하다. 책만 보고 있으려면 집에서, 자기나라에서 배달해서 보면 되지 그러려고 멀리 어렵게 학교에 입학했느냐고 하며 학생들의 현장 체험을 독려했다.
이는 공부나 연구를 폄하한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 들어가서 다양한 상황을 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며 네트워킹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학습을 보다 현실적인 것으로 발전시키고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라는 의도 하에 그런 것이다. 학교의 게시판에는 늘 현장실습 제공 문화기관의 리스트로 빽빽했고, 졸업 논문은 아예 한 학기 동안의 필수 인턴십을 바탕으로 쓰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필자도 강의실 못지않게 학생들과 함께 직접 공연장으로 축제장으로 다니며 현장 탐방식으로 교육을 실천하려 애를 쓰고 있다. 현장에 가서도 단지 단체 관람이나 방문으로 끝나지 않고 그 시설이나 행사의 유래 또는 의의 등을 설명한다. 가능하면 관계자에게 간단하더라도 직접 코멘트를 듣고, 장기적인 네트워킹을 위해 인솔한 학생들의 존재를 알리고 인사를 시킨다. 그리고 끝나고는 커피한잔, 맥주한잔 하면서 오늘의 소감을 이야기하고 강의실에서 집단적으로 만나면서 하지 못한 소소한 일상사나 개인의 애로사항을 청취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정해진 수업시간에 강의실에 앉아 책과 자료를 펼치고 하는 수업보다 훨씬 더 번거롭고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적절한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사전에 관계자에게 연락하고 필요한 좌석이나 시간을 확보하고 현장을 답사하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은 또 웬 일정들이 그리 많은지 공통의 시간을 뽑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다. 교육의 일환으로 하는 것이니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도록 최대한 경비를 절감하거나 지원을 확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은 이렇게 함으로 학생들이 그 위치와 특권을 최대한 활용하여 생생한 문화의 현장을 활발하게 접함으로 자신의 전공이나 미래의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상을 더 확실하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분야든 산업 현장과 정책 환경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학생들은 이런 체험을 통해 문화계의 상황을 보다 현실적으로 인식하여 자신들의 꿈을 더욱 다듬어나가며 아울러 지나친 장밋빛 기대를 수정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이선철 용인대 교수·감자꽃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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